나경원 손 들어주는 안철수…결선투표 염두에 뒀나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3.01.16 00:00
수정 2023.01.16 00:00

安 "출마, 개인 의사에 맡겨야…

진박감별사 재연되면 우린 망해"

羅~金 공방 와중서 羅 손들어줘

결선투표 염두 둔 포석이란 관측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조경태 의원, 나경원 전 원내대표, 김기현 의원, 안철수 의원(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나경원 전 원내대표·김기현 의원·안철수 의원 등 주요 당권주자들 간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유력 당권주자인 나 전 원내대표의 공식 출마 선언을 앞두고 김 의원 측과 공방이 벌어지는 와중에 안 의원은 결선투표를 염두에 두고 나 전 원내대표 측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15일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 소재 성당에서 주일 미사에 참례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아셀라'라는 세례명을 갖고 있는 카톨릭 성도다. 나 전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 여부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라 이날 성당에까지 취재진이 몰렸으나, 나 전 원내대표는 신중한 자세로 말을 아꼈다.


이날 미사를 마치고 성당 앞에서 취재진과 만난 나 전 원내대표는 "오늘은 내 신앙 생활을 하기 위해 왔다"며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당원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 사직서를 대통령실에 서면으로 제출한 나 전 원내대표는 이후 지방으로 이동해 잠행하면서 자신의 당권 도전에 대한 각계각층의 여론을 널리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까지는 아직 1주 정도의 시간이 더 남은 만큼, 남은 기간에도 여론 수렴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장제원 의원이 자신을 겨냥해 "자기정치" "정치낭인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등의 거친 공격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일일이 설명을 드릴 문제는 아니다"며 "국민과 당원이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보에 대해서는 "우리 지역구 성당이라 와서 미사를 드린다. 오늘은 주일이고 해서 조용히 미사를 드리고자 했을 뿐"이라며, 거듭 되는 당권 도전 관련 질문에는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답을 반복했다.


나경원, 지방 잠행 끝내고 미사 참례
"조금 더 당원과 국민 목소리 듣겠다"
김기현, '감별사 공천 학살' 우려 일축
"어느 계파도 안 속해…기우에 불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서울 양천갑에서 열린 당원대회에 참석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2016년 총선 때처럼 '제2의 진박감별사'가 나타나 공천을 둘러싼 내홍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이날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진행된 양천갑 당원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 의원은 "김기현은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에 속한 국민파 정치 활동을 했다"며 "반드시 당선될 수 있는 당선가능성 1위에게 (공천을) 할 것이기 때문에 (공천 학살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자신과 연대를 하고 있는 장제원 의원과 나경원 전 원내대표 측과 설전을 이어가고 있는데 대해서는 "장 의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하니 장 의원에게 물어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일일이 다 논평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비껴갔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갈등 수습을 위해 '친윤, 반윤' 표현과 현역 의원들의 캠프 참여 금지를 긴급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나는 당내 갈등을 고조시킨 적이 없다"며 "당의 통합과 화해 모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 있다면 자제해달라"고 답했다.


안철수 "나올 의사 있다면 개인 의사에
맡겨야…결국 선택은 당원이 하는 것"
조경태 "전당대회, 축제 분위기로 가야
하는데…싸우는 정치 자중해야겠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김기현 의원과 나란히 양천갑 당원대회에 자리했다. 안 의원은 "나올 의사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개인의 의사에 맡겨야 한다" "진박감별사가 이번 총선에 재연된다면 우리가 망하는 길" 등의 발언을 하며 나 전 원내대표 측에 동조했다. 이를 놓고 결선투표에서 김 의원과 겨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양천갑 당원대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나 전 원내대표가 장 의원을 '제2의 진박감별사'라 규정한 것과 관련해 "지난 번에 그것 때문에 이길 뻔한 선거를 지지 않았느냐"며 "그런 식의 진박감별사와 비슷한 행태가 이번 선거에 재연되는 것은 우리가 망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나 전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을 놓고 당내 일각의 집중견제 분위기에 대해서도 "나올 의사를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당권 도전은) 개인의 의사에 맡겨야 한다"며 "선택은 당원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나라를 운영할 책임을 가진 여당이 전당대회를 하는데 이 과정이 싸움으로 점철되는 것에 국민들은 굉장히 크게 실망할 것"이라며 "이제 정쟁은 중단하고 정책과 비전 대결, 그리고 어떻게 하면 몰아닥치고 있는 복합적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하는 전당대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전당대회 당권주자이자 5선 중진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김기현 의원 측 사이에서 격화되는 공방전에 우려를 표하며 자제를 당부했다.


조경태 의원은 "전당대회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서로 통합하고 화합하는 분위기로 가야 한다"며 "지금처럼 이전투구를 하는 모습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고 염려했다.


그러면서 "욕심으로 자꾸 비쳐지기 때문에 서로가 싸우는 모습은 자제하는 게 좋겠다"며 "싸우는 정치를 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도 자중해야겠다"고 주문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