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머금고 조직적 檢 압박'…"괴이"했던 이재명 피의자 출석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3.01.11 00:00
수정 2023.01.11 16:36

지도부에 전 법무부 장관까지 호위대 자처

사법시스템 근간 흔들고 국민 갈등 양산

與 "조폭처럼 쪽수로 진영논리 밀어붙여"

野비명계 "'방탄' 아니라고 말 못하겠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달 22일 검찰의 소환 통보가 있은 지 20여 일 만이다. 두산 등 기업에 토지 용도변경이나 건축 인허가를 해주는 대가로 성남FC에 불법 후원금을 유치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다.


하지만 여느 피의자 출석과 모습은 크게 달랐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청래·고민정·서영교·장경태·박찬대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해 김태년·조정식 의원 등 중진들까지 이 대표 호위대를 자처했다. 맨 앞에는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었던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서 있었다.


마치 개선장군처럼 입가에 얕은 웃음을 머금고 등장한 이 대표는 약 9분 동안 준비했던 원고를 읽었다. 입장문에서 그는 결백을 호소하면서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내란 세력들로부터 내란음모죄라는 없는 죄를 뒤집어썼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논두렁 시계 등등의 모략으로 고통당했다"며 자신을 두 전직 대통령과 등치 시켰다. 그러면서 "검찰공화국의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어내겠다. 눈 속에 피는 꽃처럼 당당하게 맞서 이기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개인적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한 공당을 방패막이로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세 과시를 통해 노골적으로 수사기관 압박에 나섰다는 점에서다. 이는 증거와 법리로 다퉈야 할 사법적 문제를 진영논리로 덮음으로써 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갈등과 대립을 양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에 개인적으로 저지른 문제와 관계된 것인데, 왜 민주당이 총출동해서 막고 위세를 부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것은 법의 문제이고 팩트의 문제이지, 다수가 위세를 부려서 막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10일 오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 인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당대표 한 사람의 사법리스크가 민주당을 잠식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진영논리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민심과 이반되는 구호를 외쳐본들 일말의 동정심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후안무치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뻔뻔함의 극치"라면서 "이 대표의 개인적 범죄 비리 혐의는 국민과 나라에 대한 배신이지 나라를 구하는 독립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도 한목소리로 이 대표와 민주당을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투사 행세를 하며 몸부림치는 이 대표의 모습에 실소를 금치 못한다"고 했고, 안철수 의원은 "억지 명분을 만들어 쪽수로 밀어붙이는 것이 조폭과 다름없다"고 규정했다.


이날 성남지청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한 윤상현 의원은 "어느 누가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 당 지도부와 강성 지지자들을 호위무사로 대동하나. 이런 식의 검찰 출두는 감히 상상조차 못했다"며 "정말 괴이하고도 어이없는 풍경"이라고 이 대표의 출석 장면을 묘사했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우르르 몰려가 시위하는 식의 스타일은 정치를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했고, 박영선 전 장관은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당도 무겁고, 국민의 마음도 무겁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은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아니라는 알리바이를 대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촌평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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