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영빈 에버스핀 대표 "테크 기반 핀테크해야"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3.01.11 07:00
수정 2023.01.11 09:42

'역발상' 피싱 방지앱 차별화

서명키 유출 사고도 처음 알려

하영빈 에버스핀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에버스핀빌딩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핀테크(Fin-tech)는 핀(Finance)보다 테크(Technology)가 중요하다."


보안업계 핀테크 에버스핀을 운영하는 하영빈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만나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 기반의 핀테크로 발전해야 오래 살아남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창업과 실패를 반복해보니 오랜 기간 연구개발(R&D)을 거친 기술 기반의 비즈니스모델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쉬운 아이디어는 아무리 좋아도 다른 회사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얻기 힘들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2014년 에버스핀을 설립한 하 대표는 해킹과 피싱 방지 솔루션을 위해 4년 넘게 R&D에 집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피싱 방지 앱 '페이크파인더'다. 대개 보안 소프트웨어들이 신고된 악성 앱을 기록한 데이터, 즉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피싱 범죄를 잡아낸다면, 페이크파인더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상 앱을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기록해 이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막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을 사용한다.


하 대표는 "새로 생기는 앱도 모두 실시간으로 기록되므로 정상 앱이 아닌 피싱 앱을 전부 잡아들일 수 있다"며 "다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상 앱을 기록해야 하므로 매우 어려운 기술"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한국투자증권 등을 포함해 약 35곳의 주요 금융사가 페이크파인더를 도입했다. 에버스핀이 수집한 앱 데이터만 1953만 개다.


최근 NHN페이코의 인감도장 격인 서명키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도 이 기술 덕이었다. 에버스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유출된 페이코의 서명키로 제작된 악성 앱 탐지 건수도 5144건에 달했다.


하영빈 에버스핀 대표가 4일 서울 동작구 에버스핀빌딩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해킹 방지 솔루션 '에버세이프'도 기존 업계의 방식을 뒤집어 성공한 케이스다. 에버세이프의 핵심 기술인 동적표적방어(MTD)는 최근 미국을 포함한 국내외 보안업계에서 주목받는 개념으로, 쉽게 말해 보안코드를 매일 바꿔 해커들이 이를 풀지 못하게 하도록 만든 기술이다.


하 대표는 "다수 보안 소프트웨어는 애초에 최대한 풀기 어려운 보안코드를 짜는데 집중하는데, 아무리 복잡한 보안코드도 시간을 들이면 풀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착안했다"고 언급했다. MTD 기술을 보안 솔루션으로 상용화한 것은 에버스핀이 최초라는 설명이다. 5대 은행에서는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이 이를 도입했다.


기술력으로 승부한 덕에 올해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핀테크 업계에서는 흑자가 드문 일이다. 금융사를 상대로 연간구독제로 운영하는 에버스핀의 지난해 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 목표 매출은 100억원 이상이다. 하 대표는 "우리는 이제 투자 유치가 따로 필요하지 않은 회사"라며 "구독제로 갱신되는 매출을 고려하면 올해부터는 손익분기점을 넘고, 여러 혼란을 넘기면서 체계도 마련해 예상을 벗어난 비용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영빈 에버스핀 대표가 4일 서울 동작구 에버스핀빌딩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에버스핀은 일본의 SBI그룹, 인도네시아 MNC금융그룹과도 합작 법인을 설립해 해외시장을 진출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올해부터 SBI증권 등 일본의 주요 금융사 6곳에서 솔루션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해외 수많은 국가에 에버스핀 지사 및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 되고 싶다"며 "지금은 앱과 웹에 한정하지만 자동차, IoT 등 수많은 영역에 에버스핀의 기술력을 확장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김효숙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