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월드컵’ 4강 눈앞 세 명장들, 준결승·결승 충돌?

동남아시아에서 명장으로 인정받은 3명의 한국 출신 축구 감독들 모두 4강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잘란베사르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 AFF(동남아시아축구연맹) 미쓰비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싱가포르와 0-0 비겼다.

무려 9골을 퍼붓고 라오스·말레이시아를 완파했던 베트남은 이날도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지만, 골 결정력 부족 탓에 1골도 넣지 못한 채 무승부에 그쳤다. 직전 말레이시아전 선발 명단과 비교했을 때, 무려 8명의 선수를 바꾸는 파격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한 박항서 감독은 경기 후 “이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걱정할 것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1일 현재 베트남은 2승1무(승점7)로 싱가포르(2승1무·승점7)와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베트남 +9·싱가포르 +3)에서 크게 앞서 B조 단독 선두다. 오는 3일 홈 하노이서 치르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미얀마와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로 4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얀마는 이미 탈락이 확정된 팀이다.

예상 외로 베트남이 싱가포르를 꺾지 못하면서 부담이 커진 말레이시아도 4강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1월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직을 거친 김판곤 감독 영입 후 확 달라졌다. 지난해 6월 자력으로는 무려 43년 만에 ‘2023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말레이시아 매체들은 “박항서 매직에 이어 김판곤 매직을 기대해도 좋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미쓰비시컵에서도 베트남전 0-3 패배 전까지 2연승으로 조 1위를 달리며 돌풍을 이어갔다.

베트남·싱가포르에 이어 B조 3위에 자리하고 있는 말레이시아(2승1패·승점6)가 3일 홈에서 치르는 최종전에서 싱가포르를 꺾는다면 4강에 오를 수 있다. 지난 대회서도 4강에 올랐고, 직전 경기에서 베트남과 무승부를 기록한 싱가포르를 넘는 것이 녹록한 과제는 아니지만, 지난해 시작된 돌풍을 떠올리면 가능성이 낮은 것도 아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의 4강 진출 가능성은 매우 높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A조 조별리그 세 번째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태국과 1-1로 비겼다. 2연승을 달리던 인도네시아(2승1무·승점7)는 태국을 상대로 승점1을 추가했지만, 골득실에서 1골 밀려 태국(+9)에 이어 2위에 자리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2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각각 필리핀, 캄보디아를 상대하는데 전력으로 볼 때 어렵지 않은 승리를 예상한다. 인도네이시아가 2위로 4강에 진출하면 ‘박항서vs신태용’ 지략 맞대결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총 10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5개국씩 두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상위 2위까지 4강 토너먼트에 오른다. A조 2위는 B조 1위, A조 1위는 B조 2위와 결승 티켓을 놓고 싸운다.

베트남이 예상대로 B조 1위로 4강에 진출하고, 인도네시아가 최종전에서 많은 골을 넣으며 태국을 제치고 A조 1위로 4강에 오른 가운데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가 싱가포르를 꺾고 B조 2위로 4강에 합류한다면 준결승-결승에서 한국 감독들의 맞대결이 연달아 펼쳐질 수도 있다.

이미 현상이 된 한국 감독들의 매직이 동남아 월드컵 4강을 어떻게 수놓을지 한국 축구팬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