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정신인가'…근무시간에 어린이들 데리고 술집서 치맥 '선생님들'

근무 시간에 아이를 데리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학부모에게 발각된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공분을 사고 있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에 사는 맞벌이 여성 A씨는 지난 27일 오후 5시 47분 어린이집 원장에게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을 나와 근처에 있을 테니, 도착하면 연락 달라는 내용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이유가 궁금했던 A씨는 오후 6시 40분쯤 어린이집 근처로 향했다. 그런데 원장과 어린이집 선생님들 5명은 23개월 된 A씨 아이를 데리고 술집에서 생맥주와 치킨을 먹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장반에 등록된 A씨 아이는 원칙적으로 오후 7시 30분까지 어린이집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아이는 최소 1시간가량 술집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아이를 옆에 앉혀둔 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술과 안주를 즐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치솟는 화를 참고 귀가해 원장에게 항의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변명뿐이었다고 했다.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A씨는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내용을 구청·경찰에 신고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게시했다.

신고를 접수한 구청은 현장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근무 시간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무규정 위반을 적용하고, 영유아보호법이나 아동복지법에 따라 추가 처벌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법규 위반이 확인되면 보조금 환수·운영 정지·자격정지·과징금·시정명령 등 처벌이 가능하다. 경찰도 조사에 착수했다.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문제 어린이집을 공론화하라", "술 취해서 큰일 나면 어쩌려고", "올해 들은 어린이집 이야기 중 가장 충격" 등 비판이 이어졌다.

A씨는 "해당 어린이집은 그만 다니기로 했으며, 회사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휴직하며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려고 한다"며 "맞벌이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사회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보육시설 선생님들이 힘드신 거 알지만, 책임감 있는 자세로 아이들을 돌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린이집 원장은 "선생님하고 치킨 먹고 오려고 했는데, 아이 엄마가 술잔을 보고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다"며 "보육실을 떠난 것 자체가 문제고 엄마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는데 기분이 안 풀린 듯하다. 아이도 치킨 잘 먹었는데 반전이 일어나 당황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