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WBC가 온다' 한국 야구 자존심 회복? [신년]
입력 2023.01.02 13:01
수정 2023.01.02 13:07
한국 대표팀, 최근 2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 굴욕
2차전서 만나는 일본은 오타니 등 최정예 멤버 구성
'2023 WBC가 온다' 한국 야구 자존심 회복?
야구 월드컵으로 불리는 제5회 2023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이 두 달 뒤 개최된다.
2006년 첫 기치를 내건 WBC는 야구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협회가 주관하며 전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경쟁을 벌이는 권위가 가장 높은 대회로 여겨진다.
WBC는 각 국가대표간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회이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메이저리그나 일본, 한국 리그로의 진출이 수월해지기 때문에 야구 교류의 역할도 담당한다. 실제로 일본의 특급 투수였던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2006년 1회 대회서 MVP를 수상, 이후 높은 평가를 받으며 빅리그에 진출했고, 2009년 크게 활약한 한국의 김태균과 이범호도 좋은 대접과 함께 일본프로야구에 발을 디디기도 했다.
야구의 세계화에도 일조하는 WBC다. 프로리그를 운영 중인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은 물론 다수의 메이저리거를 보유한 중남미 국가들은 WBC가 월드컵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또한 야구 불모지라 여겨졌던 네덜란드, 브라질, 이스라엘 등도 깜짝 돌풍을 일으키며 야구 저변을 넓혀 나가고 있다.
선수들이 부상 위험에 노출된다는 단점도 있다. 프로 선수들은 4월 리그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드는데 WBC는 이보다 한 달 빠른 3월에 열리기 때문에 선수들의 몸만들기도 그만큼 추울 때부터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 체력적 어려움에 부딪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대회는 종전 16개국에서 20개국으로 참가국이 확대됐고 5개국이 4개조에 편성돼 1라운드(풀리그 방식)를 치른다. 각조 상위 1~2위팀은 본선 2라운드(8강)에 녹아웃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이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B조에 편성, 일본과 호주, 중국, 체코와 맞붙는다. 대표팀은 3월 9일 오후 12시, 일본 도쿄 돔에서 호주와 첫 경기를 치르고 이튿날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 2차전을 치른다.
본선 1라운드 최대 관전 포인트는 역시나 일본과의 2차전이다.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은 물론 사실상 B조 1위를 가리는 경기라 많은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1~2회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일본은 이후 3~4회 대회서 4강까지 올랐으나 결승 진출에 실패해 이번 대회를 잔뜩 벼르고 있다.
특히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로 떠오른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가 출전하며 한국전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타니는 지난 2015년 WBSC 프리미어 12에서 한국전에 두 차례 나와 13이닝 3피안타 무실점 21탈삼진이라는 무시무시한 투구를 선보이며 야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한 바 있다.
일본은 오타니 외에도 최근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스즈키 세이야는 물론 특급 선수들이 대거 합류할 전망이며 최정예 멤버들로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는 각오다.
그동안 야구대표팀은 2006년 1회 대회와 2009년 2회 대회서 각각 4강, 준우승 신화를 쓰며 야구 인기몰이에 앞장선 바 있다. 하지만 KBO리그의 부흥기를 맞았던 2013년과 2017년에는 두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고 선수들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판과 직면해야 했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한국 야구의 부활’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지닌 채 나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축구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기적을 이뤄낸 감흥이 채 가시기 전이라 야구 역시 꺾이지 않는 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휘봉은 이강철 KT 감독이 잡는다. 엔트리 구성은 가용 가능한 각 포지션 최고의 선수들이 합류할 전망이다. 현재 부상 중인 류현진(토론토)의 합류가 어려우나 지난 시즌 샌디에이고에서 환상적인 수비를 선보였던 김하성이 참가 의사를 밝혔고, 최지만(피츠버그)도 팔꿈치 상태가 호전된다면 첫 WBC를 경험할 전망이다.
여기에 어머니가 재미교포 한국인인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까지 가세한다면 내야 구성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이번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힌 이정후(키움)는 이번 대회가 사실상 쇼 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이며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몸값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