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마스크 해제 기준 "정치방역" 논란 [기자수첩-경제정책]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입력 2022.12.28 07:00
수정 2022.12.28 07:00

"정치권이 던진 이슈에 끼어맞추기식 추진" 분석도

정부가 실내마스크 의무화 조정 계획을 발표한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의 한 매장에 마스크 착용 출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방역당국이 지난 23일 발표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방역 완화 논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된 내용에 끼어맞추기식 정책을 내놨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크다.


당국이 내놓은 해제 기준을 보면, ▲신규 확진자 2주 연속 감소 ▲위중증 환자·사망자 발생 감소 ▲이용 가능한 중환자 병상 50% 이상 ▲고령층 개량백신 접종률 50% 이상(감염 취약시설은 60% 이상) 등 4가지다. 이 중 2가지 이상이 충족되면 의료기관, 대중교통 등을 제외한 저위험 실내 시설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완화할 수 있다.


'신규 확진자 2주 연속 감소'의 경우 가장 모호하다. 신규 확진자가 2주 연속 줄면 실내 마스크 해제 기준이 충족되지만 몇 명이나 줄어야 하는지 구체적 기준이 없다. 예를 들어 국내 일평균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에 1명씩 2주 연속 줄어도 기준을 충족하는 셈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중순부터 소폭 줄어들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바 있다. 정부 지침대로라면 이런 위험성에 제대로 대비하기가 쉽지 않다. 방역당국이 '신규 확진자 하루 2만명' '중환자 200명 이하' 등 구체적 수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용 가능한 중환자 병상 50% 이상'이 4가지 지표 중 하나가 된 것도 논란거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4일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병상의 63%가 이미 비어 있다. 4가지 조건 중 한 가지는 이미 달성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는 점도 실내마스크 해제의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592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만에 58명이 늘어 8월 29일 597명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겨울 재유행에 접어들면서 300명대를 유지하던 위중증 환자 수가 6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다.


이에 정부가 내놓은 4가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기준을 두고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비과학적 결정'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때부터 코로나19 대응 기조로 '과학 방역'을 내세운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논란 원인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방역 완화 논의를 이끌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먼저 이슈를 던지고 그에 맞춰 추진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전, 충남 등 지자체가 쏘아 올린 실내마스크 해제 논란에 떠밀리듯 정치권이 추진했고 정부는 그 공을 이어받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방역'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실내마스크는 코로나 방역의 최후의 보루다. 정부는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적 정책의 굴레를 벗어나 시기와 방법에 있어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기사 모아 보기 >

유준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