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술핵'이 '전략핵'이다 [기자수첩-정치]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12.26 09:03
수정 2022.12.26 11:08

핵무기 체계 이원화 꾀하는 북한

'사거리'로 구분하는 전술핵·전략핵

'사용 대상'이 무엇이냐에 주목해야

북한, 전술핵의 '전략적' 사용예고

북한이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진행했다며 공개한 '저수지 발사 탄도미사일'(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이원화해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지난 9월 25일부터 보름간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화성-17형' 발사 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부대의 존재를 공개했다.


북한이 전술핵 운용부대와 미국 본토 타격용 ICBM부대를 굳이 구분 짓는 이유는 뭘까.


현시점에 가장 힘이 실리는 해석은 북한이 향후 군축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한국·일본 타격용 핵'과 '미 본토 타격용 핵' 가운데 한가지 무기체계만 협상카드로 활용하려 할 거란 관측이다.


국내에선 통상 한국·일본 타격용 핵을 '전술핵'으로, 미 본토 타격용 핵을 '전략핵'으로 분류한다. 사거리와 폭발력을 기준으로 핵무기 성격을 가늠하는 셈이지만, 정작 중요한 건 '사용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에 따르면, 전술핵무기는 전장에서 군사적 효용을 높이기 위해 활용된다. 적 군사력이나 통신수단 무력화, 적 행군로 차단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전략핵무기는 "민간인과 경제시설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무기체계"로 볼 수 있다. 일례로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리틀보이(Little Boy)'는 파괴력이 15kt(킬로톤)에 불과했지만 '전략적 목적'으로 사용됐다.


조 교수는 "미국, 러시아처럼 상대방과 멀리 떨어진 강대국 입장에선 전술핵무기, 전략핵무기 구분이 쉽다"면서도 "우리와 북한처럼 인접한 거리에 있는 경우 사실상 사정거리 기준으로 (핵 무기체계를) 구분하는 건 매우 의미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은 어디를 (공격) 대상으로 하는가"라고 강조했다.


친절하게도(?) 북한은 전술핵 타격 목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북한 매체들은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훈련 목적이 △"남조선 작전지대 안의 비행장들 무력화" △"적의 주요 군사 지휘시설 타격" △"적의 주요 항구 타격" 등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북한의 전술급 핵무기는 우리를 향한 전략용으로 보여진다"며 "전술핵을 저수지에서 발사한다는 건 '2차 공격용'을 염두에 둔 모습이다. 2차 공격용을 전술적 용도로 사용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남측) 대도시 공격을 염두에 둔 게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발사 원점 다변화를 추진하는 건 '전술핵무기의 전략무기화'를 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지난 18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단계의 중요시험을 진행했다"며 대통령실과 군 수뇌부가 집결해있는 서울 용산 일대 촬영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 전술핵을 사실상의 전략핵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전술핵·전략핵으로 이원화하려 해도 '북핵'으로 일원화해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두 무기체계 중 하나만 협상카드로 쓰겠다'는 군축협상을 예방하는 길이기도 하다.


때문에 "비전략핵(전술핵)을 포함한 어떤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다"는 지난달 한미 국방장관의 공동성명은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어떤 종류의 핵공격도 김정은 정권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한미의 강력하고 일관된 메시지가 중요한 때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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