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여야 합의 또 불발…다음 주로 넘어갈 듯 (종합)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2.12.16 00:00
수정 2022.12.16 00:00

'김진표 중재안' 민주당은 받았으나

국민의힘 의총서 '수용 보류' 결정…

與 "쟁점 항목 전부 일괄 합의해야"

野 "대통령실 쳐다보고 있지 말라"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새해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회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바탕으로 여야가 극적 합의를 이루는 듯 했던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다시 주(週)를 넘길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진표 의장은 15일 오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중재안을 내놓았다. 자신이 예산안 처리의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이날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데 따른 후속 조치로, 당초 김 의장은 이날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본회의를 열어 정부 원안이든 야당 수정안이든 통과를 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었다.


'의장 중재안'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3%p 감면'과 '초(超)부자감세 반대'로 양보없이 맞서고 있는 법인세 문제를 1%p 인하로 절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민주당은 직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당대표 긴급 기자간담회,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의장의 중재안이 민주당의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민생경제 상황을 고려해 결단을 내리겠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의장의 뜻을 존중하고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16일 본회의를 열어 '의장 중재안'을 바탕으로 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고, 현재 공전 중인 '이태원 압사 참사 국정조사'에 즉각 돌입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어 '의장 중재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보류하기로 했다. 법인세 뿐만 아니라 여야 간에 이견이 있는 다른 쟁점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추가 협상을 통해 이를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과제점검회의에 참석하고 국회로 복귀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최고세율 1%p 낮추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아니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직후 주 원내대표가 주재한 의원총회에서도 '의장 중재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보류하기로 뜻이 모였다. 주 원내대표는 "예산안에 있어서 여야 간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쟁점이 있는 항목이 대단히 많다"며 "나머지 부분에 대한 협상을 더하고 일괄적으로 합의해야지, 이것만 받고 나머지를 추가로 협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의장 중재안' 수용을 보류한 것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용산발 사인'이 나온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의장 중재안'을 민주당이 수용하기로 한 시점에 정권·여당 최고위급 인사들은 국정과제점검회의장에 한데 모여있었다. 의견을 교환할 기회는 충분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총에서 '의장 중재안'의 수용이 보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예산심의권은 국회에 있는데 대통령실만 쳐다보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가부를) 다 결정한다면 국회는 무슨 출장소나 심부름센터냐"고 반발했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은) 의견이 없었다"며 "당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이처럼 '의장 중재안'을 바탕으로 한 여야 간의 극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내에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될 희망도 희박해지고 있다. 당장 16일 본회의 개회 여부가 지극히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시 '연말 처리설' 관측이 비등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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