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서해 피격 '남북관계 악영향' 보완 유지"…비서관 "다 미쳤다, 덮을 일인가"
입력 2022.12.14 10:31
수정 2022.12.14 10:36
서훈 입단속 지시 후 일부 비서관 사무실로 돌아와 "국민 알면 뒷감당 어떻게 하느냐"
서훈, 사건 초기 사건 은폐에만 급급…文대통령에게 조차 상황 보고 하지 않은 정황
국방부, 유엔군사령부 통해 보낼 대북통지문에도 '실종자'로만 표기…북측 반응 살펴
서훈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첩보에 보안 당부, 너무나 당연…은폐 지시한 적 없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구속기소 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피격 다음 날 오전 안보실 소속 비서관 회의에서 '입단속'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실장의 지시에 일부 비서관은 "국민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며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8시 30분쯤 서주석 전 안보실 1차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비서관 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서 전 실장은 "사건 발표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라며 "남북관계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서 전 실장 지시를 받은 일부 비서관이 회의 후 사무실로 돌아와 "이거 미친 것 아니냐, 이게 덮을 일이냐", "실장들이고 뭐고 다 미쳤어"라고 하는 등 반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실장은 앞서 청와대에서 열린 1차 관계 장관회의에서도 군 대비 태세 점검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하지 않고 이 씨 피살과 시신 소각 사실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사건 초기 대통령에게 상황 보고를 하지 않고 은폐를 결정·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 열린 2차 관계 장관회의에서도 이 씨 피살 및 시신 소각 사실을 제외하고, 이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됐다는 내용만 공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방부가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보낼 대북 통지문에 이 씨를 '실종자'로 표기한 뒤 북측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같은 달 27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게도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경 발표에 대해 선명하게 정리된 입장으로 브리핑하라"면서 "추석 민심이 악화하는 부분 등을 대비해 언론 보도나 브리핑을 생각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해경은 당시 배에 남겨진 슬리퍼 등을 근거로 "이 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1차 수사 결과를 발표한 상황이었다.
서 전 실장의 지시를 받은 김 전 청장은 당시 인천해경서장과 중부해경서장에게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들은 "수사가 진행된 게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자 김 전 청장은 계급 정년을 앞두고 있던 윤성현 전 해경 수사정보국장에게 "올해 승진해야 하지 않느냐"라며 브리핑을 하도록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전 청장은 '자진 월북' 근거를 찾기 위해 해경 정보과장을 국방부로 보내 통신 첩보를 확인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이 씨가 한문이 새겨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사실 ▲"왜 왔느냐"는 북한군 질문에 대답을 미룬 사실 등 '자진 월북'을 단정하기 어려운 근거가 포함된 메모를 보고하자 김 전 청장은 "안 본 걸로 하겠다"며 파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실장은 이후 해경 2차 수사 결과 발표에 '실종자가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 '인위적 노력 없이 실제 발견된 위치까지 표류하는 건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서 전 실장 측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유출돼 생길 혼란을 막기 위해 보안을 당부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라며 "은폐를 위해 보안 유지를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역시 당시 파악할 수 있었던 정보를 토대로 정책 판단을 한 결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