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선·후발대 사이 삼성전자, '기술 프리미엄' 고삐 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2.12.09 06:00
수정 2022.12.09 06:00

TSMC, 美와 대규모 협력 가시화

현지 팹리스 수주 싹쓸이 채비 완료

인텔도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

쫓고 쫓기는 삼성, 고객사 확보가 관건

삼성전자 3나노(nm,1nm는10억분의1m)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파운드리사업부, 반도체연구소 직원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는 모습.ⓒ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1위를 달리는 대만 TSMC와 미국의 대규모 협력이 가시화되면서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의 목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여기에 파운드리 후발 주자 인텔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삼성전자가 외부에서 협공을 당하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는 최근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규모를 기존보다 3배 이상 늘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아울러 애플, AMD 등의 글로벌 고객사들이 TSMC가 생산한 반도체 칩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현지 파운드리 수주를 싹쓸이 할 채비를 마친 것이다.


이에 파운드리 후발주자로 TSMC를 따라잡겠다고 포부를 밝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고객사 확보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테일러시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TSMC와 같은 규모 확대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아직 지배적이다. TSMC와 달리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메모리·팹리스(설계) 사업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진출 5년 만에 글로벌 시장 4위에서 2위로 올라선 저력을 보이긴 했지만, 경쟁업체이자 업계 1위인 TSM의 시장 지배력이 너무 강력해 1위 자리를 뺏어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가파르게 치솟았던 삼성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지난 2018년 19.2%를 찍고 올 1분기 16.3%로 내려왔다. 지난 1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은 TSMC가 삼성전자의 3배를 뛰어넘는다.


여기에 파운드리 경쟁자가 추가된 것도 삼성전자의 고심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최근 미국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하며 미국 오하이오와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아울러 4나노 생산체계 구축도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하반기 3나노 양산 목표도 밝히면서 기존 삼성과 TSMC를 축으로 하는 2강 구도에서 3강 구도까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인텔이 신규 경쟁자로 뛰어들면서 삼성전자는 TSMC를 쫓으며 인텔의 추격까지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삼성전자는 어느 때보다 기술 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것이 업계 시선이다. 다만최근 3나노 선단 공정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아직 시장의 주류 제품은 4나노이기도하고, 초기 단계인 3나노의 수율(결함없는 양품 비율)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 극복해야 될 과제다.


그에 반해 TSMC는 지난 8월 자사의 3나노 공정 수율이 80%에 안착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3나노 선단 공정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TSMC가 3나노에서도 기존의 핀펫 공정을 고수한 것과 달리 삼성은 GAA 트랜지스터를 활용한 새로운 공정을 도입한 상태다. 삼성은 3나노 이하 공정에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점유율 격차를 좁히는데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선단 공정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나, 파운드리 업계에서 고객사 확보를 위해서는 신뢰를 얻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TSMC와 미국 협력으로) TSMC에서 이탈한 대형 고객사를 끌어오려던 계획에 불가피한 차질이 생겼을 것인데, 수율 개선에 따른 고객사 발주 확대를 노리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TSMC, 인텔의 전쟁은 오는 2027년 이후에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 양산에 나설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놓으면서다. TSMC와 인텔 역시 최근 각각 2나노 공정과 1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향후 5년간 치열한 3사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7년까지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를 5.5배 이상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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