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띄운 안심소득, 미래 복지 대안될까…첫 국제포럼 개최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2.12.07 11:07
수정 2022.12.07 11:21

6일 '2022년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개최…오세훈 "새 소득보장체계로의 전환 필요"

전 세계적으로 빈곤·불평등 심화되고 현행 복지시스템 한계…새로운 미래복지시스템 요청

해외 석학들 "노동 의욕 고취 큰 변화 없어" vs "소득 보장 받아도 탈노동 안 해"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의 안심소득 실험을 통해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는 미래복지시스템을 실험 중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일자리 구조 변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전 세계적 빈곤과 불평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고 현행 복지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미래 복지 시스템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2년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시가 올해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준비한 국제행사로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새로운 복지제도의 모색'이란 주제로 열렸다. 이종화 한국경제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고 미국의 100여개 도시가 참여하는 '소득보장제 시장모임' 마이클 터브스 대표,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축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위기 여파가 취약계층에 집중되면서 저소득층 삶은 더 어렵고 팍팍해졌고 생활고 견디지 못해 유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사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현행 복지시스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은 새로운 소득보장체계로의 전환이 그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서울시는 새로운 미래 복지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현기 서울시의회의장은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1999년 입법화 됐고 이듬해 10월 1일부터 실행됐다"며 "20년이 경과한 지금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보완의 목소리가 대단히 높다. 서울시 안심소득은 그 대안으로 시범사업으로 시작됐다. 다만 복지제도는 한번 시행되면 지속되는 만큼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와 타당성이 엄밀히 증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서울시 제공

◇ 안심소득 "취업률과 상관없어" vs "실업 더 줄어"


이날 스테이시아웨스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보장소득연구센터장은 미국의 안심소득 실험 연구를 소개했다.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시는 2018년 1년 동안 조건 없이 월 1000달러(130만원)를, 캘리포니아주 스톡턴시는 2019년 1년간 월 500달러(65만원)를 지원했다. 웨스트 센터장은 "기본소득 수령자는 집에서 식사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등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불안·우울증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독일도 베를린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명목으로 매월 1000유로(137만6000원)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실험은 세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아닌 시민사회가 기부를 통해 진행하는 실험이다. 베를리 기본소득 연구 총책임자인 위르겐 슈프 독일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연구 결과를 아직 분석하는 중이지만, 대체로 삶 전반에 걸쳐 개인의 행동·태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헤이키 힐라모 헬싱키대학교 사회정책학부 교수는 핀란드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과 관련해 "25~58세 실업자 2000명을 선정해 2년간 560유로(76만원)를 줬던 핀란드에선 기본 소득과 취업률이 그다지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핀란드 시범사업의 경우 노동 의욕을 고취하는 데 그다지 큰 변화는 없었다는 부분이 꽂혔다"며 "안심소득을 통해 제가 관심있게 지켜보고자 하는 부분도 바로 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 스톡턴에서 빈곤과 불평등 해소를 목표로 2019년부터 2년 간 무작위 선정된 주민에 대해 조건없이 월 500달러(약 68만원)를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한 마이클 터브스 미국 보장소득제 시장모임 대표는 "오히려 기본소득을 지급받는 사람들이 2배 정도 더 실업이 줄어들었고 파트타임에서 전일제로 전환하는 걸 볼 수 있었다"며 "사람들이 소득을 보장받아도 노동시장에서 탈퇴하거나 게을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서울시 제공

◇ 오세훈표 안심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 월등" vs "목표 구체적이어야"


오세훈 시장이 제안한 안심소득은 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구소득의 일정 비율을 채워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소득보장제도다.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소득하위 약 3분의 1)를 대상으로 기준 중위소득 85% 기준액과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3년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올해 1차로 500가구, 내년에 2차로 300가구를 선정해 총 800가구를 대상으로 서울에서 시범 사업이 진행된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별 제도 때문"이라며 "가령 창신동 모자는 90년된 작은 한옥을 소유했기 때문에 생계급여에서 탈락했다. 병원을 이용하기 위해 200만원짜리 중고차를 사면 수급자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일을 할 유인도 별로 없어 일을 하면 생계급여에서 깎여 괜히 일했다 손해를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대안적 소득 제도로 등장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안심소득"이라며 "복잡한 선별절차를 과감하게 줄여 복지 사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가령 3인 가구 월소득이 140만원이면 현행 제도에선 복지 혜택 거의 없는데 안심소득은 월100만원 지원해 가구 소득이 도합 240만원이 된다. 같은 재원으로 불평등 개선 효과가 안심소득이 월등하다"고 주장했다.


오세훈표 안심소득 시범사업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안심소득 하나를 제공했다 해서 노동과 교육, 가계 교육과 훈련 주거, 건강 가족과 사회적 관계, 삶의 만족도 등 이 모든 영역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증진인지, 빈곤율 감소가 주 목적인지 목표가 구체적이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지표가 필요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김하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