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생필품 탈취에 이어 폭력시위, 집단탈출까지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2.11.27 04:04
수정 2022.12.06 09:23

이달들어 코로나19 감염자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 경신

‘방역 완화’ 中당국, 더 세진 제로코로나 조치로 급선회

日 “中 GDP 20%를 차지하는 지역이 봉쇄나 규제받아”

제로코로나 장기화로 인내심 바닥난 주민들 폭력 시위


코로나19 확산세가 빠른 차오양구 등 중국 베이징 일부 지역에는 봉쇄조치가 내려졌으며 학교와 가게, 식당 등은 문을 닫은 상태다. 사진은 25일 베이징에서 삼륜차에 탄 의료진이 한산한 도로를 지나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중국이 고강도 방역정책인 칭링팡전(淸零方針·zero Covid policy)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고강도 방역을 일부 완화한 ‘정밀방역’으로 전환하려던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급속히 확산하자, 더 세진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급선회하며 방역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는 확진자 3041명, 무증상 감염자 2만 9654명 등 모두 3만 2695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가운데 708명은 무증상에서 유증상으로 재분류된 인원이어서 실제 추가된 신규 감염자는 3만 1987명이다. 상하이(上海) 봉쇄 당시인 4월13일 나왔던 2만 9317명을 넘어서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중국 정부가 이달 들어 ‘정밀방역’을 강조하며 방역완화 방침을 밝힌 뒤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방역이 강화된 제로코로나 정책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완전히 풀 경우 코로나가 빠르게 퍼져 중국 의료시스템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 580만명에 이르는 중환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추산이 나온 까닭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전역의 도시들은 잇따라 방역조치 강화에 나섰다. 베이징시는 22일 차오양(朝陽)구에서 확진자 128명과 무증상자 655명이 발생하자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해 시민들의 외출 자제를 당부하고 식당, 영화관 등 실내 밀집시설의 영업을 일시 중단하도록 헸다. 신규 감염자가 1500명을 돌파하자 24일부터 숙박업소 등 모든 공공장소 출입과 대중교통 이용을 위해 48시간 이내 발급된 코로나 PCR검사 음성 증명서를 지참하도록 했다. 베이징의 이런 조치는 이전보다 한층 더 강화된 것이다.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시도 25일부터 5일 간 주민 이동을 제한하는 사실상의 도시봉쇄 조치를 내렸다. 정저우시는 이 기간 매일 PCR 전수검사를 진행하며, 고위험 지역 주민들은 집 밖을 나와서는 안 된다고 공지했다. 상하이시는 24일부터 5일 간 식음료 업소와 쇼핑몰, 슈퍼마켓, 미용실, 마사지 업소, 헬스장, PC방 등 각종 실내 밀집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난 23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의 대만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과 방호복을 입은 보안요원들이 뒤엉켜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AP/뉴시스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는 24일부터 기차역과 공항, 고속버스터미널과 전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이용 및 실내 밀집시설 출입시 48시간 이내 코로나 음성 증명서 또는 24시간 이내 코로나 음성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도 도심 5개 서취(구 아래 행정단위)를 봉쇄하는 한편 쇼핑몰과 음식점 등 상업시설의 문을 닫고 오피스텔을 폐쇄해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산시(陝西)성 한청(韓城)시가 도심 주요지역을 전면 봉쇄했고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合爾濱)시 난강(南崗)구도 봉쇄령이 내려졌다.


외지인에 대한 방역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17개 주요 도시가 외지인 방역강화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 조치에는 현지 도착 외지인에 대해 3∼5일 연속 PCR검사 의무화, 상업시설과 유흥업소 출입금지, 모임과 회식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가 25일 전했다. 외지인 통제기간은 상하이와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 장시(江西)성 난창(南昌),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등 8곳이 5일, 베이징과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 등 9곳은 3일 간이다.


중국 방역당국은 다만 어려운 방역 상황에서도 이전처럼 무분별한 봉쇄를 지양하고 정밀한 방역조치를 취해나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합동방역통제기구는 “각 지역은 임의적인 봉쇄통제나 학교폐쇄, 생산중단, 교통차단 등의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각 지역의 부분 봉쇄조치로 중국 전역이 상하이 전면봉쇄 때보다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노무라홀딩스는 도시 전체를 봉쇄한 곳은 없지만 48개 도시에서 지역별 봉쇄나 광범위한 이동제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며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지역이 봉쇄나 각종 규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루팅(陸挺) 노무라증권 중국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매우 많은 도시에서 부분적 봉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지난 봄 상하이 봉쇄기간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제로코로나’ 정책이 장기화되고 강화되면서 중국인들은 공개적으로 불만은 표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한 남성이 방역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중국 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는 중국에서 당국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집단적인 규정 위반 행위는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 확산과 고강도 방역에 중국인들의 인내심이 바닥났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PCR 검사소 앞에서 방역정책 비판하는 중국 남성. ⓒ 트위터/연합뉴스

25일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에는 충칭(重慶)시 PCR검사소 앞에서 한 남성이 방역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남성은 얼굴도 가리지 않은채 봉쇄지역 주민에게 공급하는 채소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방역요원들을 향해 “앞잡이들”(走狗)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도 사소한 감기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며 “자유가 없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 정부는 잘못을 저질렀으며 과오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며 “반드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에 환호하며 호응하던 주민들은 경찰과 방역요원들이 이 남성을 체포하려 하자 힘을 합쳐 제지하기도 했다.


고강도 방역에 대한 불만지수가 높아지면서 개인들 간에도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 문을 연 베이징 순이(順義)구의 코로나 격리병원에서는 23일 코로나 감염자들 간에 도시락·약품·휴지 등 물자 쟁탈전이 벌어졌다. 필수 물자 부족으로 질서가 무너지면서 방역 요원들도 관리를 포기했다.


광저우에서 수백명의 농민공(시골 출신으로 도시에서 노동일 하는 사람)들이 거처 봉쇄로 다리 밑이나 지하도, 강변에 살림을 차리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격리시설인 ‘팡창’(方艙)에서 풀려났지만 갈 곳이 없는 농민공들이 짐을 끌고 다리 아래나 자신의 봉쇄된 마을 근처 강가 등에서 임시로 노숙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각지에서 폭력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애플 아이폰의 중국 최대 제조기지인 허난성 정저우 대만 폭스콘(Foxconn·鴻海精密工業) 공장에서는 지난달 말 직원 집단 탈출 사태에 이어 22일 밤 대규모 폭력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는 폭스콘 측이 신규 노동자들에게 지급 약속한 상여금을 5분의 1로 깎으면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 자료: 중국 위생건강위원회

광둥성 광저우시 하이주(海珠)구에서는 주민들이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인데 이어 아예 봉쇄지역을 탈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하이주구에서 23일밤 주민들이 방역검문소를 뚫고 대거 봉쇄구역을 탈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국은 주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광저우 시내로 향하는 도로와 다리 끝에 철조망을 세우고 벽을 쌓아 뒀지만 주민들은 한밤중에 이를 뛰어넘어 봉쇄 지역을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광저우 공안국도 주민들이 봉쇄구역을 벗어난 사실을 확인하고 “코로나19 관련 유언비어가 유포돼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다”며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높이는 비이성적 행동을 법에 따라 단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섬유공장 등이 밀집한 하이주구는 다른 지역에서 온 농민공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봉쇄조치가 취해졌다. 지난주 이 지역에서는 봉쇄연장이 결정되자 주민들이 밖으로 몰려 나와 집 앞에 세워진 바리케이드를 넘어뜨리며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후에도 봉쇄가 해제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참다못한 주민들이 아예 봉쇄 지역을 탈출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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