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마주한 尹·시진핑…협력엔 공감, 북한엔 미묘한 시각차
입력 2022.11.16 00:10
수정 2022.11.16 00:47
고위급 대화 정례화, FTA 조속 마무리 공감
민간 인적·문화 교류 확대·소통에도 교감
尹 "北 도발 중국 역할" 시진핑 "한국이…"
시진핑, '담대한 구상'에도 '북한 호응' 전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 발전 방향과 북한 문제를 비롯해 글로벌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중 간 협력 필요성에 대해서는 교감을 이뤘지만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선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는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이서 시 주석을 대면했다. 한중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19년 12월 이후 약 3년 여만이다. 이날 회담은 오후 5시 11분부터 25분간 진행됐다.
양 정상은 먼저 한중 양국의 교류와 협력이 1992년 수교 이래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음을 평가하고,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에 입각해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하여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라며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증진하는데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만큼, 한중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팬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 기후변화와 같은 복합적 도전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한중 양국 간 고위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활발히 추진해 나가자”하고 제안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이에 시 주석은 고위급 대화의 활성화에 공감을 표하고, 한중 양국 간 1.5트랙 대화체제도 구축하자며 “양국 간 의사소통을 확대하고 정치적 신뢰를 쌓아 나가자”고 화답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는 데에도 양 정상이 의견을 같이했다.
윤 대통령은 “민간 교류, 특히 젊은 세대 간 교류를 확대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시 주석도 “한중 국민들 간 인적·문화 교류에 개방적 자세를 갖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자”고 전했다.
이처럼 양 정상은 양국 협력에 있어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약간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인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지며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면서도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다소 결이 다른 답변을 내놨다.
윤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축사에서 밝혔던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도 시 주석은 “북한이 호응을 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뒀다. 시 주석은 이 전제가 이행된다는 가정 하에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더해 시 주석은 이번 동남아 순방을 계기로 윤 대통령이 공개한 한국의 새로운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도 견제하는 발언을 내놨다.
시 주석이 “중국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는데, ‘진정한 다자주의’는 통상적으로 중국이 서방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거론하는 개념이다.
한편 양 정상은 서로 방중·방한을 제의하며 활발한 교류를 통해 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시 주석은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며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도 중국을 방문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