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리와인드(57)] ‘진검승부’ 임영빈 작가, 씁쓸한 현실에 날린 시원한 ‘반격’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11.11 08:45
수정 2022.11.11 08:46

‘스케치’ 이어 액션 수사물로 돌아온 임영빈 작가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지난 2018년 JTBC ‘스케치’를 공동 집필한 임영빈 작가가 KBS2 ‘진검승부’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정해진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운명을 담은 드라마 ‘스케치’에서 형사들의 공조를 뜨겁게 그려냈던 임 작가는 ‘진검승부’에서는 검사들의 활극을 통해 시원함을 선사했다.


‘진검승부’는 부와 권력이 만든 성역,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악의 무리들까지 시원하게 깨부수는 불량 검사의 액션 수사극으로, 주인공 도경수, 이세희의 활약으로 시원함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 임영빈 작가가 꼬집는 현실


임 작가가 공동집필로 참여한 ‘스케치’는 연인을 잃은 강력계 형사 강동수(정지훈 분)와 72시간 안에 벌어질 미래를 ‘스케치’할 수 있는 형사 유시현(이선빈 분) 공조 수사를 펼치며 사건의 진실을 뒤쫓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였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복수에 뛰어든 이가 악에 맞선다는 내용만 보면, 그간의 복수극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스케치’는 미래를 그리는 형사 유시현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과정을 추가해 한층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무엇보다 ‘스케치’는 선과 악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진정한 정의의 의미를 찾아나가기도 했다. 인물들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고, 악을 처단하는 쾌감을 선사하는 단순한 전개에서 벗어나 각자가 믿는 신념이 부딪히며 무엇이 진짜 정의인지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공감을 끌어낸 것.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고, 이것이 옳다고 믿는 잘못된 신념을 가진 이들을 통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시청자들이 직접 고민할 수 있게 했다.


‘진검승부’에서는 복잡한 질문들은 조금 걷어내고, 악을 처단하기 위해 ‘불량함’을 선택한 검사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강조하기도 한다. 검사 진정(도경수 분)이 실현하는 정의구현을 통해 통쾌함을 전달하는 유쾌한 활극의 매력을 담아낸다.


그러면서도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미덕을 보여준다. 권력에만 관심이 있는 부패한 검찰의 모습까지도 동시에 꼬집으며, 진정이 ‘불량 검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담아내곤 했던 것. 전작보다 진지함은 다소 줄었지만, 대중성을 더하며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끌어냈다.


◆ 정지훈·도경수의 ‘다채로운’ 활약


‘스케치’에서 정지훈은 거친 면은 있지만, 능글맞은 말투로 상황을 능숙하게 빠져나가는 형사 강동수를 통해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보여준 바 있다. 자신의 연인 앞에서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범죄자를 뒤쫓을 때는 거침없는 액션까지 선보이면서 그야말로 물 만난 듯한 활약을 펼쳤었다.


그가 왜 정의구현에 뛰어들게 됐는지, 그의 아픈 사연 또한 섬세하게 담겨 인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도 했다.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반영하면서도, 주인공의 화려한 액션을 통해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능숙한 완급 조절로 작품과 캐릭터를 모두 돋보이게 한 작가들이었다.


‘진검승부’의 진정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액션 수사극’을 표방하는 만큼, 주인공 진정의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는 맛이 있었다. 목표를 위해선 꼼수도 마다하지 않는 불량 검사 진정의 아픈 과거가 점차 베일을 벗으면서부터는 진정을 향한 애틋한 시선이 이어지기도 했다. 도경수의 섬세한 연기도 뒷받침이 됐지만, 초반부터 차근차근 진정의 서사를 쌓아가며 인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임 작가의 디테일도 무시할 수 없다.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하는 매력적인 주인공의 활약에 시청자들의 느끼는 쾌감도 점차 커질 수밖에 없었다. 작품의 매력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이를 연기하는 배우까지 돋보이게 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임 작가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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