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2.4% 전망…긴축·파편화에 회복 억눌려"
입력 2022.11.10 16:08
수정 2022.11.10 16:09
기존 전망 1.2%p 낮춰…"자산가격 하락"
올해 세계경제 3.1% 전망…0.4%p 하향
내년 성장률 美 0.6%, 日 1.5%, 中 4.8%
내년 세계 경제가 긴축과 파편화 속에 경기 회복세가 억눌리며 성장률이 기존 전망인 3.6%보다 1.0%포인트 넘게 깎인 2.4%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각국의 금리 인상 추세와 불어나는 민간의 빚 부담 등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악재가 겹치며 세계 경제에 위기를 고조시키는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세계 경제가 3.1%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치 3.5%보다 0.4%p 낮춘 수치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초래되는 물가 급등에 대응하고자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며 경기 하강이 시작된 것으로 진단이 내려졌다. KIEP는 "당분간 이전 성장세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주요 선진국은 다소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촉발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성장이 둔화되며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은 더 크게 하향 조정했다. KIEP는 내년 세계 경제를 기존 전망치 3.6%보다 1.2%p 내려 2.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KIEP는 '긴축과 파편화 속에 억눌린 회복'이라고 표현했다.
주식 시장에서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한 김흥종 KIEP 원장은 "한마디로 베어마켓(약세장)이다"라며 "전반적으로 모든 자산 가격이 다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가 그렇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난 5월 이 자리에서 올해 세계 경제 키워드를 '정책 전환기 경로의 초불확실성'이라고 말했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 어느 것도 확실하게 해소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KIEP는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을 낮춘 주요 요인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막대한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 유입된 점을 꼽았다. 각국의 정부가 재정을 풀었을 뿐만 아니라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그간 크게 확대됐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선 재정 지출의 필요성이 커지는 중이지만, 이미 막대한 추가 지출로 재정 건전화에 대한 요구 역시 높아지고 있다.
KIEP는 "문제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되돌리는 속도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너무 빠르고 강도도 높은 데다가 공급 측 요인과 겹치며 실물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KIEP는 재정 역할의 딜레마도 세계 경제 하방 리스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재정을 풀어야 하지만 늘어난 국가부채와 물가를 잡기 위해 재정을 줄여야 하는 딜레마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중 전략경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세계 경제 성장을 떨어뜨리는 하방 요인으로 지적했다.
KIEP는 "세계화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단절과 블록 사이의 경쟁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주요 지정학적 사건들이 나타날 때마다 지정학 리스크 지수도 함께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금융시장 및 실물 지표에까지 전이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안성배 KIEP 국세거시금융실장은 "단기적으로 주요국 금리 인상과 민간 부채 부담의 실물 이전이 중요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대외경제 노출도가 매우 커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물가에 대해 KIEP는 공급망 병목에 따른 비용 증대,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공급 측면과 주요국의 확장재정 정책에 따른 유동성 증가, 일상회복 과정에서 소비 증가 등 수요 측면 모두에 기인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각국의 적극적인 긴축 통화정책과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경기 둔화로 내년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에너지 시장 동향과 강달러 현상 지속 등은 물가 상승 압력의 변수로 꼽았다.
금리는 주요 선진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내년 초까지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나, 이후 경기둔화와 물가 상승세 완화 등으로 그 이후 완만하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환율은 인플레이션 지속에 따른 미국의 통화긴축,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 안전자산 선호,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발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불확실성 증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강달러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국제유가(WTI 기준)는 세계 경제 회복 지연으로 배럴당 91.62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다소 감소하겠으나, 공급 측 불안 요인으로 인해 고유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는 올해 1.5%, 내년 0.6%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상반기는 양호한 산업생산이나 고용지표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올해 4분기부터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일본 경제는 올해 1.7%, 내년은 내수 주도에 의해 1.5% 성장할 걸로 관측했다. 중국 경제는 올해 3.4%, 내년에는 코로나 재확산 가능성과 미국의 대중 견제 심화 등 불확실성으로 인해 4.8%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