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123)] 밴드 소울라이츠, 음악으로 그려나갈 그림들
입력 2022.11.10 09:17
수정 2022.11.10 09:18
10월 31일 신곡 '브라우니' 발매]
점묘화(點描畵)는 선과 면이 아닌 수많은 점들로 모양을 표현하는 그림이다. 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일반 그림을 그릴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더 밀도 높은 작품으로 완성되곤 한다.
지난 2008년 데뷔한 밴드 소울라이츠(보컬 정은선·베이스 정재훈·드럼 김두현·프로듀싱 손창학·건반 서진아·기타 이우빈)는 점묘화를 완성해 나가듯 오랜 기간에 걸쳐 한곡씩 그려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싱글 형태의 앨범을 꾸준히 발매해 나가면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들을 거쳐나가는 중이다. 지난달 31일 발매한 신곡 ‘브라우니’도 그들의 수많은 점들 중 하나다.
-‘소울라이츠’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밴드인가요?
소울라이츠는 리더를 맡고 있는 제(손창학)가 인터넷에서 밴드 멤버를 모집하면서 결성되었습니다. 그때 처음 만난 멤버가 지금 보컬을 맡고 있는 정은선이었고, 은선이가 대학교 동기인 베이시스트 정재훈을, 그리고 재훈이가 친구였던 드러머 김두현을 데려오면서 결성되게 되었습니다.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다단계 같다고 얘기하는데요. 리더인 제가 다이아몬드죠(웃음).
-현재의 팀이 완성되기까지 팀 영입과 탈퇴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그 과정이 힘겹진 않았나요?
밴드가 같은 멤버로 쭉 활동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그러기가 많이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해체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새로운 멤버들을 영입했죠.
네, 키보디스트 서진아와 기타리스트 이우빈을 영입했습니다. 사실 전부터 공연과 앨범에 계속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정식 멤버로서 활동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영입을 제안했고 둘 다 흔쾌히 제안을 수락해서 지금의 멤버 구성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공연이나 앨범 작업에 있어서 훨씬 더 풍성한 사운드와 안정된 호흡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빈이가 젊어서 평균 연령도 많이 낮춰주고 있습니다(웃음).
-햇수로 올해 15년차 밴드가 됐어요. 오랜 기간 팀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요?
중간 중간 갈등도 많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모든 인간관계가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팀을 운영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요?
사실 매 순간이 위기였던 것 같은데(웃음), 버텨냈다고 하기보다는 그런 갈등이 있을 때마다 대화를 통해서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멤버가 많아 다들 맨 정신에 이야기를 했던 게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소울라이츠라는 밴드의 정체성도 궁금해요. 소울라이츠는 어떤 밴드인가요?
저희도 고민했던 부분인데 일단 저희는 가늘고 길게 가는 밴드인 것 같습니다. 가끔 찾아갈 수 있는 화려한 휴양지는 아니어도 돌아보면 늘 곁에 있는 동네 공원 같은 밴드가 되고 싶어요.
-지난 2020년 2월 이후부터 한동안 앨범 활동을 멈췄다가 갑자기 활발히 앨범을 만들고 있죠. 특히 올해는 지난달 31일 발매한 신곡까지 포함해 총 네 번째 앨범이고요.
2020년에 주로 곡 작업을 하는 손창학이 취직을 하게 되면서 소울라이츠 활동이 잠깐 멈추는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손창학이 프리랜서 신분이 되면서 밴드가 그동안 너무 게을렀다는 반성을 하게 됐죠.
-신곡 ‘브라우니’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브라우니’는 사랑의 감정을 브라우니에 비유하고 있는 몽글몽글한 곡입니다. 사실 이 곡은 5년 전, 후편 앨범을 작업하면서 쓰였던 곡이에요. 그때 앨범의 콘셉트 때문에 아쉽게 누락되었는데 최근에 그동안 작업했던 곡들을 뒤적이다가 발견했어요. 2022년의 느낌으로 완성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어요.
-가사를 쓰면서, 곡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은?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애정의 감각을 형상화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브라우니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그래서 사운드에서도 그런 따스한 감정을 느끼실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아무래도 날씨도 점점 추워지고 코로나 이후에도 여전히 힘든 시기를 지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런 분들에게 음악으로나마 따스하게 안아드린다는 마음을 담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앨범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점점 더 온라인상에서 작업이 이뤄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예전에는 마스터링 정도만 언택트로 진행이 됐다면 이번에는 믹스나 혹은 악기 녹음 같은 것도 언택트로 진행된 것들이 많아서 이제는 이런 것들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그리고 발매에 맞춰 프로필 사진도 찍으려고 했는데 사정상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아요.
-이번 앨범만의 특징이 있다면?
기본적으로는 올해 발매했던 싱글들의 연장선에 있는 곡입니다. 다만 기존 싱글들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모티브로 했는데 이번 싱글은 비교적 최신의 사운드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최신의 사운드라는 게 테이프나 바이닐의 사운드를 모티브로 한 로파이(Lofi)니까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하죠.
-앨범 작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었나요?
멤버들이 다들 바쁘고 하다 보니 한자리에 모여서 녹음하지 못하고 한 악기를 녹음하고 나면 며칠 후에 다른 악기를 녹음하고, 또 그다음에 보컬을 녹음하고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었어요. 그래서 마치 바통 터치하는 계주를 하는 것 같다고 저희끼리 이야기를 했습니다.
-올해 발매한 앨범은 다 싱글 앨범인데요. 추후 정규 앨범 발매 계획도 있을까요?
나중에 지금까지 나온 곡들과 신곡을 더해서 앨범이라는 형태로 묶어서 발매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계속 싱글들을 발매하고 있지만 저희 나름으로는 일정한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진행하고 있거든요. 아마도 나중에 앨범으로 묶어져 나왔을 때 비로소 저희의 의도를 알아차리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독공연을 한 지도 오래된 걸로 알고 있어요. 엔데믹 시기를 맞은 만큼, 소울라이츠의 단콘도 볼 수 있을까요?
저희도 단독공연에 무척 목말라 있습니다. 저희의 음악을 많이 들어주시고, 또 공연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많다면 머지않아 단독콘서트로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앞으로 소울라이츠의 방향성도 궁금해요.
‘이런 음악을 해야지’ 정해놓는다기보다는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작업해나가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그편이 저희도 결과물이 더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요즘 소울라이츠의 가장 큰 고민은 뭘까요?
밴드 결성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울라이츠만의 색깔이 무엇인지, 또 대중들이 소울라이츠에 기대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고 찾아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이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라는 건 따로 없는 것 같고, 계속해서 많은 곡을 쌓아 나가다 보면 마치 점묘화가 완성되어가듯 언젠가 소울라이츠의 전체 그림이 뚜렷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 ‘슈퍼스타K4’(2012)에 참여하면서 얼굴을 알렸어요. 최근에도 여러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많은데, 출연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나요?
서바이벌은 한 번이면 족하지 않나 싶지만(웃음), 만약 저희와 잘 맞는 프로그램이 새로 생긴다면 다시 또 출연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소울라이츠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언젠가 여러분이 문득 생각나 저희를 찾을 때 늘 그 자리에 있는 밴드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