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핵무장? '족쇄' 풀려면 '명분' 지켜야 [강현태의 빨간맛]
입력 2022.10.06 07:00
수정 2022.10.06 05:51
美 조야, 韓 여론에 '촉각'
韓美 원자력 협정 개정하려면
비확산 체제 수호 '명분' 중요
자체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핵·미사일 위협을 가하는 북한 탓에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국민이 빠르게 늘어나는 양상이다.
올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핵무장 찬성 여론은 55.5%로 확인됐다. 미국 시카고 카운슬의 지난 2월 조사에선 찬성 의견이 71%에 달했다.
미국 조야는 한국 여론 흐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몽니에 비확산 체제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역내 핵심 동맹국인 한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국에서 불붙은 핵무장론이 일본·대만·베트남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끓어오르는 여론과 달리, 정부 대응은 차디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확장억제를 더욱 실효화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을 우선적인 과제로 생각할 계획"이라며 "NPT(핵무기 비확산조약) 체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NPT 수호' 발언을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쓸 수 없는 카드'라도 테이블 위에는 올려놨어야 한다는 취지다.
한데 50년 가까이 우리를 옭아맨 '족쇄'를 NPT 수호 '명분' 없이 어떻게 풀 수 있나. 한국의 자체 핵 역량 강화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없이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다. 1974년 발효된 해당 협정은 '한국의 핵연료 재처리 금지'를 골자로 한다. 미국이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막겠다며 족쇄를 채워둔 것이다.
협정 도입 배경을 뒤집어 생각하면,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없어야 협정을 손볼 여지가 생긴다. 협정 개정이 'NPT 이탈 신호'로 해석되지 않으려면 한국이 자랑하는 '비확산 모범국' 지위를 끊임없이 재확인할 필요도 있다.
그런 이유로 윤 대통령이 NPT 수호 의지를 천명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윤 대통령이 협정 개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 발언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중국·러시아가 반기를 들고, 북한이 '흐름'에 편승해 핵보유국 지위를 얻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으로선 일단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며 '견고함'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차기 미국 대선 전까지 원자력 협정 개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든 재선'이든 '트럼프 재선'이든 미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다른 방안은 떠오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