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짓는 친이재명계…'유병호 문자'에 文 서면조사 전선 확대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입력 2022.10.06 02:00 수정 2022.10.06 00:11

친문 격앙…정치탄압대책위 회견

"유병호와 용산이 한몸으로 움직여

文 겨냥 감사 배후 대통령실 드러나"

정권이 저절로 야당 결속 계기 제공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직보(直報)성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노출돼 정국에 파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시도에 격앙돼있던 더불어민주당 친문재인계가 법적 조치에 나서는 등 전선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친이재명계가 미소짓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5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유병호 사무총장의 문자메시지와 관련해 "대통령실 비서실과 감사원이 짜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감사를 모의했다는 반증"이라며 "감사원의 배후에 대통령실이 있음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감사원의 행동이 계속될수록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민주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감사원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감사권 남용에 대해 그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고 법적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권칠승·김영배·김의겸·정태호 의원이 참석했다. 권칠승 의원은 문재인정권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의원입각했었다. 김영배 의원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냈다. 김의겸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다. 정태호 의원은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역임했다. 네 명의 의원 모두 친문재인계로 분류된다.


의원들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식한 소리 말란 겁니다'는 웬만큼 친밀감이 없으면 쓸 수 없는 표현"이라며 "유병호 총장과 감사원이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감사를 한 게 아니라, 뒤에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뭣보다 모든 것을 떠나서 대통령도 말한대로 '감사원은 헌법기관이고 대통령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라는 대전제에서 감사원의 실세 사무총장과 용산이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최재해 감사원장이 즉각 유병호 사무총장에 대해 직무감찰에 돌입할 것 △유 총장의 휴대전화를 즉각 포렌식할 것 △공수처는 유 총장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할 것 등을 요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감사원의 서면조사 시도를 계기로 친문재인계가 대정권 투쟁의 횃불을 드는 와중에 유병호 사무총장의 '문자 파동'이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전선 확대에 친이재명계는 미소짓는 분위기다. 정권이 저절로 야당 결속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만 문제됐을 때에는 친문계는 '리스크가 크다' '작다'만 운운하는 평론가적 입장에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서면조사가 터져나오면서 당내 분위기가 일변했다"고 전했다.


집권 세력은 그간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서면조사 시도에는 대통령실과의 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어왔다. 오히려 민주당이 터뜨린 것 아니냐고 역공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병호 총장의 문자메시지가 포착되면서 입장이 옹색해졌다는 분석이다. 처음 주고받는 문자메시지라고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친근하기 때문이다.


정태호 의원은 "오늘 '내통'에서 드러난 딱 하나의 핵심적인 단어라면 '또'"라며 "그동안에도 '내통' 했고, 앞으로도 '내통' 할 것이라는 의미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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