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갯벌서 하반신만 발견된 가양역 실종男…그날 새벽, 도대체 무슨 일이?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2.10.01 06:02
수정 2022.10.01 14:29

가양역 인근 주민들 "건장한 20대 남성이 역 근처서 실종? 타살 아닌가?", "장기매매 연상"

전문가들 "여친 전화 끊고 누구도 모르게 1시간 내로 극단 선택?…실족 가능성도 낮아"

"하반신만 남은 시신, 폭우 등 자연훼손 가능성…도구 이용한 절단점 있으면 타살"

"아직 범죄라고 볼 명확한 증거 없어, 지나친 음모론 경계…국과수 정밀 부검결과 기다려 봐야"

최근 인천 강화군 갯벌에서 하반신만 발견된 시신이 지난 8월 서울지하철 9호선 가양역에서 실종된 20대 남성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망 경위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경찰이 뚜렷한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가양역 인근 주민들은 범죄 가능성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내놓는 등 불안감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범죄라고 볼 명확한 증거가 없는 만큼 지나친 음모론을 경계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10일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광성보 인근 갯벌에서 발견된 시신이 가양역 실종자 이모(25)씨로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발견 당시 시신은 하반신만 남아 있었고 상당 부분 부패한 상태였으며, 바지와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인천해양경찰서는 시신의 신원을 확인하고자 국과수에 DNA 분석을 의뢰했으며, 분석 결과 지난달 7일 새벽 가양역 인근에서 행방불명된 이씨로 확인됐다.


가양역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장 "범죄에 연루된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양동에 사는 김모(26)씨는 "하반신만 발견됐다니 타살된 사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밤에 강아지 산책시켜주는 일이 많은데 홀로 돌아다니기 무섭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4)씨도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다는데 건장한 20대 남성이 역 근처에서 실종될 확률이 크지 않지 않느냐"며 "세상이 흉흉하니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상반신이 없다니 장기매매가 연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8월 7일 새벽 가양역에서 가양대교 방면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된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의 휴대전화는 오전 2시30분쯤 여자친구와의 통화를 끝으로 전원이 꺼졌다. 이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실종된 남성의 가족들 말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없고, 여자친구도 특이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전화를 끊고 누구도 모르게 1시간 이내로 극단선택을 했다는 뜻이 되는데 극단 선택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본인 과실로 인한 실족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실종 당시 비가 오지 않았다. 추락을 할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다"며 "성인 남성이 길을 가다 추락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양대교 위에 무슨 사고가 날 만한 상황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봐야 하지만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될 정도로 교통사고 등이 났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하반신만 남은 시신에 대해 "서해안이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며 "물 속에 그물이나 밧줄과 같은 장애물이 그대로 있을 수 있는데, 만약 시신이 흘러가다가 부패가 많이 진행되면 그물이나 밧줄 같은 것에 걸렸다가 신체가 분리되거나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보통 일반적으로는 신발도 함께 떠내려 가는데 신발을 착용한 상태로 시신이 발견된 점이 좀 이상하기는 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국과수 부검 결과 시신에 도구를 이용한 절단점이 있으면 타살로 봐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시신이 자연재해 때문에 훼손됐을 수 있다"며 "폭우 등 여러가지 변수가 있긴 하지만 한 달 사이에 신체가 자연스럽게 부패한다는 건 좀 의아하다. 특별한 충격 없이 상반신과 하반신이 절단될 정도로 신체가 훼손된 채 발견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음모론을 경계해야 한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국과수에서 정밀 부검 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며 "범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아직 범죄라고 볼 명확한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도 "사체에 나타난 증거를 가지고 확인해야 할 문제"라며 "가능성을 모두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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