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딸들'과 담판 앞둔 조정훈 "패거리 정치, 집단주의와 싸우겠다"
입력 2022.09.22 10:55
수정 2022.09.22 11:01
"김건희 특검, 이재명 물타기 다 알아"
"의원 169명 발의? 패거리 정치 민낯"
"개딸, 익명 뒤에 숨지 말고 대화하자"
"민주당 의원들, 침묵 말고 용기내라"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했던 '김건희 특검법'이 예상 외의 복병을 만났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반대다. 조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검이 추진된다면 모든 민생 이슈를 잡아먹게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시절 특검법에 포함된 내용의 다수를 샅샅이 수사했다는 사실도 성급한 특검법 추진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라고 적었다. 국회 법사위 재적 인원 18명 가운데 11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캐스팅보터를 쥔 조 의원이 특검법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신속처리 안건 지정(패스트트랙) 가능성은 낮아졌다. 민주당에서 "배신자"라며 조 의원을 압박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조 의원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은 작지 않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공천으로 '배지'를 달 수 있었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조 의원은 말한다. 이재명 대표가 관련된 의혹들을 '물타기' 하기 위한 특검임을 대한민국 국민들이라면 누구나 아는데, 여기에 찬성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선후배 의원들을 향해서도 조 의원은 "용기를 내라"고 말한다. 민주당 소속도 아닌 조 의원이 소위 '개딸'들을 만나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데 민주당의 의원들이 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나아가 조 의원은 586 세대가 가진 '강철의 단일대오' '집단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호소한다. 독재에 항거하던 시절에는 미덕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진정한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고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 가장 변해야 할 점으로 꼽는 대목이다. "패거리 정치와의 결별"이야말로 대한민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가장 중요한 방향이라고 그는 말한다.
다음은 김소영 데일리안 부국장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대담 전문이다.
Q. '김건희 특검법' 반대 의견을 내고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안다.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텐데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나.
"변함없다. 오히려 그 생각이 더 강해졌다. 엊그제 제가 건강검진을 했는데, 의사가 대장은 깨끗한데 위가 벌겋다고 하더라. 수많은 비판에 괜찮은 줄 알았는데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더라. 그럼에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페이스북에) 글은 조금 더 매끄럽게 쓸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내용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추석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 수사) 물타기를 위해 김건희 특검법에 169명의 의원들이 도장을 찍어 제출하는 모습은 제가 정말 싫어하는 패거리 정치의 가장 밑바닥 모습이었다.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였다. 입만 열면 "국회의원은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고 뻐기면서 하루 만에 169명의 도장을 받는다? 그건 깡패들이나 하는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를 하는 제 전선이 더 명확해진 것 같다. 패거리 정치, 집단주의와 싸우겠다."
Q. 민주당에서는 '출신'을 문제 삼으며 배신자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다. 더불어시민당으로 비례대표 의원이 됐기 때문에 민주당 덕을 본 것도 사실이 아닌가. 지지자들을 배신했다는 비판에는 어떠한 입장이신지 궁금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책을 보면 진보의 미래에 대한 구절이 많이 나온다. 지금의 민주당이 진보인지 여부는 차치하고 내가 이 부분에 관해 생각을 좀 많이 했다. 나는 사람이 논리가 궁하면 목소리만 커진다고 생각한다. 왜 김건희 특검이 필요한지 하나씩 설득하면 들을 용의가 있는데, 다짜고짜 '우리 편 아니냐' '역사에 책임을 져야되는거 아니냐'라고 하더라. 공허한 협박이고 논리도 없다. 그냥 우리 편이니까, 정치는 없고 전쟁이니까 우리 편을 들라는 게 아닌가.
더불어시민당에 대해서는 저도 할 말이 많다. 그 때의 취지는 신생 소수정당 정치인을 앞세워서 민주당은 최소 몫만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다. 즉, '정치의 다양성'이 핵심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단일대오를 하자' '왜 이탈을 하느냐' 한다. 패거리 정치다. 민주당 내에서도 지금의 모습에 반감을 가진 의원들이 많다. 그런 의원님들 힘내셨으면 좋겠다. 그런 분들이 살아야 민주당이 산다."
Q. 정치라는 게 집단 내에서 노선투쟁이 일어나면 선명성이 강하고 목소리 큰 사람들이 이기지 않나.
"사족을 붙이면 제가 세계은행에서 일하며 협상을 많이 했었다. 경험상 순수주의자, 원칙주의자들이 목소리는 제일 크다. 그런데 문제를 푸는 것은 타협주의자, 개량주의자더라. 원칙주의자가 이기는 판은 상처도 많고 굉장히 거칠게 끝난다. 개량주의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저는 선배들이 싫어하는 자랑스러운 개량주의자다. 나는 아침에 진보고 밤에는 보수다. 나는 또 아침에 보수고 밤에는 진보다."
Q. 개딸들과 23일 공개 면담을 앞두고 있다. 어떤 취지에서 이런 기획을 했는지,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하실 계획인가.
"두 가지 생각에서다. 많은 분들이 문자폭탄을 보냈고 어떤 분은 전화를 11번 하고, 자필로 구구절절이 편지를 보내신 분도 있다. 저는 이분들을 이렇게 만든 선동정치가들이 너무 싫다. 이분들은 이렇게 하는 게 애국이라는 확신을 가진 분들이다. 선동정치의 아주 나쁜 행태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익명의 댓글 뒤에 숨는 것은 직접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숨지 말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제가 듣겠다. 제가 몰랐던 게 있다면 바꾸겠다. 팬클럽처럼 움직이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나는 국민 앞에서 책임 있게 말하고 팬덤 정치를 끝내고 싶다. 정치인들은 팬덤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 지지해 주니까. 그러나 정치인이 생각이 있다면 진짜 좋아해야 할 사람은, 쓴소리를 하고 잘못을 지적해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개딸들과의 면담이 온라인에서 나름 화제가 된 것으로 안다. 제가 정오까지라고 시간 공지는 했지만 끝장토론도 가능하다. 직접 오신 분들에게 시간이 없다고 돌려보내진 않는다. 밤샐 각오도 되어있다. 홍삼 엑기스 여러 개 준비해서 갈 거다."
Q. 민주당에는 내부비판에 대해 '국민의힘 가서 공천 받으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국민의힘에서 어떤 약속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지 않나.
"음모론이다. 제가 국민의힘에서 약속을 받은 게 일절 없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렵고, 누가 주인인지, 가장인지 모르고 판사에게 판결을 구하는 중인데 누가 약속을 해줄 수 있나(웃음). 그런 말은 헌법상 독립적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에게 매우 모욕적인 말이다.
마치 '조정훈은 민주당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국민의힘 공천이라니...내가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국회의원 되는 것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보는 것 같다."
Q. 김건희 특검법 반대 이후 민주당 의원들 반응은 어떠했나.
"전화로 제 주장이 맞다고 한 의원님들도 많고 지나가다가 차 한잔하자고 하는 분들도 많다.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속으로는 다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호남지역 투표율이 30%였다. 거기서 70% 득표한 당대표가 이재명 대표다. 물밑에서는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민주당 의원들이 좀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모두가 집단주의와 패거리 정치에 동의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시대적 상황이나 살아온 궤적으로 운동권의 '뭉쳐야 산다'는 것과 다른 삶, 다른 생각을 가진 의원들이 많다. 그런 분들 내적갈등을 겪고 계신 것 잘 알고 있다."
Q. 이재명 대표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이재명이 민주당 대표가 되면 민생정당이 되기 어렵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재명 대표를 뽑으면서 이런 정국이 될지 몰랐을까. 정말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민생정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차라리 이 대표가 민간인으로 기소 당하고 끌려다니면 동정여론이라도 있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겹겹이 방탄조끼 입고 있으니 동정심도 얻을 수 없다.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되고 첫 번째 당론이 김건희 특검법이다. 너무 상징적이지 않나. 그 많은 민생이슈 제끼고. 과연 민생정당이 맞나 제가 되묻고 싶다."
Q. 586 퇴진론도 함께 주장했다. 그런데 정치인 개인으로서 아직 충분히 젊고, 능력도 있는데 단지 86세대라는 이유로 퇴진하라는 것은 억울하다는 항변도 들었을 것 같다.
"맞다. 저보다 뛰어난 586 선배 많이 봤다. 국회에도 많다. 그런데 이렇게 비유해보자. '민방위 복을 입으면 다 바뀐다' 지금의 86은 민방위복을 입은 상태 같다. 모두 흩어져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판이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탈하면 죽는다' '단일대오로 가야 한다' 이거다. 30~40년 전 학생운동 때 같다. 그 시대 정치를 계속 하고 싶어하는 느낌이다.
'단일대오!' '스크럼을 짜야한다!' 선배들은 이런 것을 너무 좋아한다. 그런데 정작 젊은 세대에게 이런 게 어떻게 비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의 청년들은 오히려 그런 것을 싫어하지 않을까. 세상이 변했다."
Q. 이재명 대표나 586을 대신해 민주당 내에서 정치개혁을 할만한 사람이 있을까. 조 의원이 직접 해보는 것은 어떻나. YS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라고 했다.
"이 시점에서 제가 누굴 거론하면 그분께 과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YS의 말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걸 100번쯤 생각한 게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아닐까 싶다. 줄탁동기라는 말이 있지 않나. 김 지사님과는 이제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그분이 말씀한 정치개혁에 아직 기대를 가지고 있다. 호랑이 굴에서 살아남으시길 기대하고 있다."
Q. 세계은행에서 근무했고, 경제·금융 쪽에 대한 이해가 높은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하반기 상임위가 본인의 전문성을 살리기 어려운 법사위다. 법사위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이나 법안이 있나.
"산자위는 의원들이 30명이나 되고 현안질의 감사때에는 본인 발언 때를 제외하고 조용하다. 즉 의원들이 본인이 하려는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법사위에 갔더니 18명 의원들이 상임위에서 이석을 하지 않더라. 이유를 물어보니 '여기는 언제 전쟁이 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야구에서 벤치클리어링 하는 것 같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그 데시벨을 낮춰보고 싶다.
법사위 의원으로서 몇 개 하고픈 일이 생겼다. 외국인 노동정책, 이민자 정책이다. 선진국 중에서 외국인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뜨거운 논쟁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외국인, 이민자 정책은 시간문제다. 우리도 빨리 충격을 관리할 준비를 해야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내 이웃으로 독일 사람이 있으면 상관없다고 하겠지만, 이웃집에 시리아 난민이 산다면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문제는 감정의 문제이기도 해서 풀기가 쉽지 않다. 민심의 온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관리할지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제 세대가 해외여행 자유화 첫 수혜자다. 외국인으로 여러 나라에서 살았고, 세계시민주의가 박힌 '글로벌'한 사람이다. 그러나 정치는 한편으로는 '로컬'이다. 저는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소명을 다하겠다고 선서한 사람이다. 많은 나라의 외국인 정책을 봐온만큼 우리와 맞는 정책을 만들고 싶다."
Q. 법사위원으로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위치에 있다. 윤석열 정부의 스타장관으로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상임위에서 자주 마주쳤을 텐데 어떻게 평가를 하시나.
"똑똑하다. 엄마 친구 아들 같다. 외모도 멋있지 않나. 다 좋다. 그런데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논쟁으로 친구를 얻는 법은 없다. 토론으로 묵사발 내고 친구가 되는 인생은 없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고 품는 게 이기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다."
Q. 언론에서는 한장관이 야당과 충돌하는 부분만 부각시켜 보도하는데, 사실 합리적인 의견이나 지적에는 고개를 숙이지 않나.
"맞다. 받아들일 부분은 낮은 자세로 수용하더라. 저에게도 되게 잘해준다(웃음). 한 장관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말을 섞어보면 내공과 수준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이 풍부해지려면 T자형 인간이 돼야 한다. 깊고 또 동시에 넓어야 한다. 한장관은 자기 분야에선 깊다. 그러나 (넓은 사람인지) 그걸 측정 받을 시간이 곧 올 텐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