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협상 2~3년 후 가능할 것"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9.18 04:00
수정 2022.09.17 23:48

日 게이오대 명예교수

北 '국방발전 5개년 계획'과

美 대선 일정·김여정 담화 내용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망

북한이 한국·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듭 외면하는 가운데 향후 2~3년 뒤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오코노기 마사오 일본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지난 15일 '윤석열 정부와 한반도 평화안정 시나리오'를 주제로 진행된 '제주포럼 2022'에 화상으로 참여해 북한의 '국방력 강화 계획'이 2~3년 뒤 일단락될 수 있다며 "다시 한번 협상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제8차 당대회를 통해 △핵무기의 소형경량화와 전술무기화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한 만큼, 관련 성과를 과시한 뒤 협상에 나설 거란 전망이다.


이는 북한이 자처해온 '핵보유국 지위'를 다지기 위해 당분간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향후 협상 재개 가능성이 "미국 대통령 선거와 굉장히 관련이 깊다"는 견해도 밝혔다. 2년 뒤 진행되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대외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북한이 이를 염두에 두고 있을 거란 관측이다.


무엇보다는 그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구상을 걷어차며 "권좌에 올랐으면 2~3년은 열심히 일해 봐야 세상 돌아가는 이치·사정을 읽게 되는 법"이라고 언급한 데 주목했다.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굉장히 재밌는 표현"이라며 "'2~3년 후에는 협상의 여지가 나온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김준표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도 지난 14일 한독통일자문위원회에 참석해 김 부부장의 관련 언급이 "우리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며 "2~3년을 언급한 것으로 봐서 중장기적인 긴 호흡으로 정세를 보고 있지 않나 판단된다"고 말한 바 있다.


"협상 재개시 신뢰조성·군비통제 가능성 높아"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향후 협상 재개 시, 논의 초점이 비핵화보다는 군비통제 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2~3년 뒤 협상 테이블이 복원되더라도 "비핵화 협상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오히려 신뢰 조성이나 군비통제와 같은 협상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북한 핵·미사일 능력이 더욱 고도화된 상황에서 협상이 진행될 경우,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고 단계적 비핵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그러한(군비통제) 협상 속에서 비핵화를 추가해 협상에 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협상이 단계적으로 진전될 경우 최종적인 목표로서 비핵화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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