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물어보니 58] "스토킹 범죄자에 보다 직접적인 제재 필요"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입력 2022.09.19 05:40
수정 2022.09.17 22:06

경찰, '신당역 피살' 피해자에 신변 보호 시스템 등록 조치…좀 더 신속하게 경찰 출동 장치

스마트워치·연계 순찰 조치도 안내했지만 피해자가 원치 않아 실행되지 않아

법조계 "피해자에 스마트워치 지급, 실효성 없어…주변 방범 장치, 범죄예방 효과 낮아"

"범행 횟수·수준 등으로 구속 기준 다시 세워야…법원 좀 더 적극적으로 판단할 필요"

이른바 '신당역 피살 사건'의 가해자가 스토킹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법적 보완에도 계속되고 있는 스토킹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피해자 주변에 방범 대책을 늘리는 것 보다는 가해자에게 보다 직접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토킹 범죄자 구속 기준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많았다.


서울교통공사 소속의 피해자 A씨는 지난 14일 오후 9시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자신을 스토킹하던 동료 남성 공무원 전모(31) 씨에게 살해당했다. 전 씨는 지난해 10월 7일부터 성폭력범죄 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A씨는 같은 달 8일부터 1개월간 '신변 보호 112시스템 등록' 조치를 받았다. 이는 112신고 시스템에 신변보호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해서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이 좀 더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경찰은 이 외에도 스마트워치 지급이나 연계 순찰 등 조치도 안내했으나 A씨가 원하지 않아 실행되진 않았다.


법조계에선 이처럼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를 것을 대비해 피해자 주변에 방범 장치를 쌓는 방법은 범죄 예방 효과가 낮다고 봤다.


성범죄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자가) 별다른 행동을 안 하다가 갑자기 흉악범으로 이어지는 것까지를 예방할 방법은 사실상 없고, 그런 걸 예견할 수 있는 방법도 사실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한다던가 순찰을 늘리는 방법은 실효성도 없고 범죄 예방도 어렵다. 스토킹 범죄자에게 보다 직접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토킹 이후에 중한 범죄로 이어지는 사건들은 잘 들여다 보면 여러 가지 조짐들이 있다. 스토킹 범죄를 보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많이 집착해서 계속 찾아오거나 하는 스토킹 정황들이 많이 보인다"며 "이때 가해자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국가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만 바라보면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구속 기준을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많았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해 가해자를 풀어줬다.


장윤미 변호사는 가해자에 대한 불구속 판단을 내린 법원 결정을 문제 삼았다. 장 변호사는 "스토킹 범죄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지만, 법원에서는 이번 사건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다른 판단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스토킹범이 저지른 범행의 횟수나 범행의 수준을 판단해서 구속과 불구속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도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애정을 갈구하면서 쫓아다니고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했다"며 "이런 케이스도 교제 폭력으로 봐야 하는데 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았고 영장을 기각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변화가 없어서 너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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