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재고에 가격 하락까지...불안한 반도체의 겨울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2.08.26 13:23
수정 2022.08.26 13:23

반도체 설비 투자액, 코로나 이후 3년 연속 증가

삼성·SK하이닉스, 당초 투자 규모보다는 일부 축소

불황에도 산업 특성 상 '선제적 투자' 유지해야하는 딜레마


하반기 반도체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세계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가격 하락폭이 당초보다 커지고, 제조사들의 재고 자산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에 향후 하반기 가격 전망도 연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수요 하향과 재고 조정으로 인해 가격 하락폭이 가팔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메모리반도체 낸드플래시 가격이 2분기보다 13~1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달 전 전망치인 8~13%보다 더 낮아진 수치다. 아울러 3분기 D램 평균 가격 전망 역시 기존 3~8%에서 10% 하락할 것으로 추가 조정됐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낸드플래시와 D램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7월 D램 평균 가격은 PC용 범용제품(DDR4 8Gb) 기준 전달 대비 14.03% 급락한 2.88달러(약 3744원)로 집계됐다. D램 평균 가격이 10% 이상 떨어진 것은 2019년 7월 이후 약 3년만이다.


낸드플래시(MLC 128Gb 기준) 평균 가격 역시 7월 고정거래가 기준 4.49달러(약 5838원)로 전달 대비 3.75% 하락했다. 앞서 6월에도 3.01% 하락한데 이어 2개월 연속 떨어진 것이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달 11개월 만에 하락한 뒤 2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전체 반도체시장 성장률 전망도 하향 조정된 상태다. 최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3%에서 약 2개월 만에 13.9%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시장 규모는 6330억달러(약 848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분야별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성장률 전망치 하락 폭이 제일 크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8.7%에서 8.2%로 내려앉았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4%, SK하이닉스는 약 97%에 해당한다. 이미 수요 둔화로 재고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상반기 재고자산은 52조922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6% 늘었다. SK하이닉스 역시 11조8787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9166억원에서 33% 증가했다.


업계는 인텔, 삼성 등 주요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올해 설비 투자를 늘렸기 때문에 반도체 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가 예상보다 심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요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는데 주요 제조사들은 코로나 특수 장기화를 기대하고 이미 설비 투자를 크게 늘려 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경기도 기흥 사업장에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등 신기술 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 센터를 착공했고, 연내 평택사업장 3공장 준공도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설비부문 투자는 2018년 24조에서 지난해 44조로 뛰었다.


다만 업체들은 하반기 시장 침체 가능성이 가시화되자, 상반기 투자액을 줄이고 한발 물러나 시장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설비 투자액이 지난해 대비 13.5% 줄어든 21조 7300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말 청주공장 증설안을 잠정 보류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특성상 공장은 24시간 풀 가동 되기에 수요가 줄거나 재고가 쌓인다하더라도 곧바로 생산량을 줄이는게 어렵다"며 "또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선 계속 선제적 투자를 이어나가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고 했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 한해 세계 반도체 설비투자액설비투자액(CAPEX)을 1855억달러(249조2192억원)로 전망했다. 지난해 1531억달러보다 21% 늘어난 수치다. 그간 반도체 설비 투자액은 코로나 이후 촉발된 수급난으로 3년 연속 두 자릿 수 이상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 투자액은 앞서 3월에 내놓은 전망치 1904억 달러보다는 50억 달러 상당 줄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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