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예능이야, 드라마야?… ‘웃음’ 쫓는 OTT 콘텐츠들
입력 2022.08.26 14:17
수정 2022.08.26 14:18
‘유니콘’→‘가우스전자’ 각 OTT들 코믹 드라마 연이어 예고
방송인, 예능 작가·PD들, 자연스러운 드라마 도전
시트콤의 부활부터 예능 PD들이 뭉친 코미디 드라마까지. 각 OTT들이 웃으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준비 중이다. 방송인 유병재부터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PD, ‘음악의 신’의 박준수 PD 등 탄탄한 서사보다는 짧지만 임팩트 있는 재미를 주는 콘텐츠들이 흥하면서,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쿠팡플레이가 오는 26일 오리지널 시리즈 ‘유니콘’을 선보인다. 은은하게 돌아있는 ‘맥콤’의 CEO 스티브(신하균)와 크루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K-스타트업 분투기로,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하고, ‘멜로가 체질’의 김혜영 PD가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방송인 유병재가 각본을 담당해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SNL’ 시리즈와 ‘B의 농담’ 등을 통해 뼈 있는 농담을 던지던 유병재가 드라마 장르에서 이 장기를 어떻게 발휘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 시트콤 장르의 각본을 맡은 것은 처음이지만 블랙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내 온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공감과 웃음을 선사할지가 기대 포인트가 되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PD와 ‘음악의 신’의 박준수 PD가 드라마로 뭉치기도 했다. 서 PD는 크리에이터로 올레TV, 시즌 드라마 ‘가우스전자’에 참여 중이며, 박 PD는 이 작품의 연출을 맡고 있다. ‘프로듀사’를 통해 탄탄한 서사에 웃음을 담은 예능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준 서 PD, ‘음악의 신’ 시리즈, ‘방송의 적’ 등을 통해 예능가에 페이크 다큐 열풍을 몰고 온 박 PD가 함께하면서 기존의 코미디 드라마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NA 드라마 ‘신병’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장삐쭈와 ‘SNL’ 시리즈, ‘코미디 빅리그’ 등 예능프로그램에 주로 참여하던 김단 작가가 각본을 맡고 있다. 원작자 장삐쭈는 물론, 예능 작가까지 가세해 군대 문화를 유쾌하게 전달하고 있다. 현실적인 캐릭터, 디테일한 에피소드 등을 통해 군대 내 부조리를 꼬집기도 하지만, 이를 무겁지 않게 유쾌하게 전달하는 것이 ‘신병’의 매력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티빙의 ‘어른연습생’에는 ‘SNL’ 출신 김현민 작가가 각본에 참여하는 등 예능, 드라마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예능 작가, PD들이 드라마에 도전한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해피선데이’,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 참여한 이우정 작가가 ‘응답하라’,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로 드라마에 도전, 청춘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아내면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프로듀사’를 선보인 서 PD를 비롯해 ‘최고의 한방’을 연출한 유호진 PD 등도 자신의 장점을 살리며 성공 사례를 남겼었다.
그럼에도 탄탄한 서사에 방점이 찍힌 드라마와 웃음에 초점을 맞춘 예능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것이 일부 스타 작가, PD들에게만 도전이 한정된 이유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는 서사를 차근차근 쌓으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유도하는 드라마가 아닌, 30폼 내외의 미드폼을 비롯해 신선한 재미에 방점을 찍으며 형식을 파괴하는 작품들이 OTT 상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욕설도 과감하게 내뱉는, 다소 괴짜 같지만 유쾌한 캐릭터들의 활약을 보여준 ‘술꾼 도시 여자들’을 비롯해 다큐 형식을 접목해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한 ‘내과 박원장’ 등이 그 예다.
이에 드라마-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처럼 예능과 드라마의 선 역시 희미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지금처럼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창작자들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한 예능 PD는 “요즘에는 재미만 있으면 콘텐츠를 보는 시대지 않나. 과거 예능과 드라마 사이 묘한 재미를 선사하던 콘텐츠들이 케이블에서 방송되며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면, 그 감성이 지금 점차 대세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장르를 구분하기보다는 어떻게 새롭게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