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값 추가 인상 예고…주택시장 침체 속 건설업계 '이중고'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2.08.23 05:41
수정 2022.08.22 18:16

올 들어 시멘트가격 두 차례 인상, 건설·레미콘업계 '난색'

자재 수급 차질…공사비·분양가 상승 등 악영향

"건설 수익성 확보 어려워…지방 중심 사업 지연 가능성↑"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자잿값 인상으로 비용 부담 압박은 커진 데 반해 주택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으며 수익성을 꾀하기 여의치 않아서다.


23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멘트 회사들은 다음 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한일시멘트는 9월 1일부터 현재 톤(t)당 9만2200원인 시멘트값을 10만6000원으로 15.0% 인상할 방침이다. 삼표시멘트 역시 시멘트 단가를 기존 t당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1.7% 올린다.


성신양회는 t당 9만2500원인 시멘트 가격을 13.5% 인상한 10만5000원에 출하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쌍용C&E, 아세아시멘트 등 업체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 인상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추진한 것은 올 들어 두 번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시멘트 생산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유연탄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올 초 15% 이상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시멘트 가격이 t당 10만원대로 오를 것으로 예고되면서 건설업계는 난감한 기색이다. 시멘트 단가 인상은 레미콘 가격을 끌어올리고 향후 분양가 상승 등 주택사업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서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일부 시멘트 업체에 이례적으로 단가 인상 철회를 요청한 상태다. 이어 오는 25일에는 서울 여의도 중앙기업중앙회에서 관련 규탄대회 및 기자회견을 연다.


가격 인상 철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건설현장에 레미콘 공급을 중단한단 계획이다. 레미콘 공급이 중단되면 건설현장 곳곳이 멈출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자잿값이 많이 오르면서 건설사들이 사업을 많이 해도 영업이익을 개선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공격적으로 사업에 나서기 힘들고,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지켜볼 수는 없으니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과 건설사 간 조율이 더뎌지거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그나마 서울·수도권에 자금 여력이 있는 사업장이면 어느 정도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겠지만, 지방의 경우 사업 일정 자체를 미루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시멘트뿐만 아니라 다른 자잿값도 계속 오르고 있어 이미 진행 중인 현장은 부담이 많다"며 "내년에는 자잿값이 더 오르지 않을 거란 보장도 없어 대부분의 신규 사업은 공사가 연기되거나 분양 일정을 미루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사업 대부분은 분양가상한제에 걸려 분양한 이후 추가되는 비용에 대해선 공사비 증액이 쉽지 않다"며 "우선 올해만이라도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건설업계 전문가는 "주택시장 침체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들고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며 "이미 올 초 철콘업체, 레미콘 운송노조 및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사업이 한 차례 발목을 잡힌 상황에서 자잿값 인상과 금리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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