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떠난 자리 채우는 외국인...상승랠리 올라탈까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2.08.04 12:54 수정 2022.08.04 15:27

상반기 코스피서 16조 던진 외인, 7월부터 ‘사자’ 전환

개인 9천억 팔 때 2조3천억 매수...“추세적 상승은 아직”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급락했던 코스피가 최근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상승 반전했다.


약세장 속 반등(베어마켓 랠리)이 이어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자금을 빼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증시 방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본격적인 추세 전환 기대감은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상반기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6조1768억원을 순매도했다.


미국발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글로벌 공급망 악화로 국내 대표 업종인 반도체의 실적 전망이 낮아진 영향 이다. 외국인의 ‘팔자’ 행렬로 상반기 코스피지수는 21.95%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코스피는 6.34% 올랐다. 코스피를 상승세로 이끈 주역은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코스피시장에서 2조3216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는 지난 5월(1283억원) 이후 두 달 만이고 순매수 규모로 보면 작년 12월(3조3987억원) 이후 최대치다. 같은 기간 기관은 코스피에서 1조6220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9061억원을 내다팔았다.


특히 코스피는 미국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됐던 지난달 마지막 주 25일부터 전날까지 8거래일 중 7거래일을 상승 마감했다. 이 기간에도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9351억원을 내던졌다.


반면 외국인은 1조6322억원을 사들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코스피가 5거래일 이상 연속 상승한 것은 지난해 12월(1~9일·7거래일) 이후 처음이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을 쏟아냈다.


개인 투자자들의 ‘총알’ 여력도 줄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을 지닌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1일 58조7383억원에서 이달 2일 55조1099억원으로 약 4조5000억원 감소했다.


다만 같은 기간 개인이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9892억원에서 18조6431억원으로 6500억원 증가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최근 증시 반등과 외국인의 귀환 가능성에 기대감을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꾸준히 ‘셀 코리아’에 나선 외국인의 매수 전환은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달러 강세 압력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15일 1326원을 돌파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외국인은 순매수세를 유지했다. 이날 오후 12시32분 현재 코스피에서 845억원을 매수 중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는 단기적으로 진정 국면 전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달러 안정, 원·달러 환율 하락이 전개될 경우 외국인 순매수 유입은 지속되고 상황에 따라 매수 강도가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달에는 ‘베어마켓 랠리’를 지속할 것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추세적인 상승을 견인할 수 있는 재료가 부족한 만큼 약세장 종료를 단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앞서 2019년 당시 베어마켓 랠리 이후 추세적 상승장의 매개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변경이었다”며 “FOMC 회의 등 8월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뚜렷한 이벤트가 부재한 점은 베어마켓 랠리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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