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강국 디딤돌 KTL②] 항공전자기기술센터, 시험인증 혁신으로 항공 핵심기술 자립 '정조준'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입력 2022.08.01 05:30
수정 2022.08.01 13:29

민수 최대규모 35m급 대형쳄버 센터內 구축

우리기업의 시험인증 비용·기간 획기적 단축

시험평가 기업수요 2019년 46건→2021년 71건

'부품개발→양산' 드론 全주기 시험서비스 제공

세종시에서 남쪽으로 장장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진주 상평일반산업단지. 초입에 들어서자 나란히 서 있는 거대한 두 동이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한 개 동은 민간주도 뉴스페이스 시대를 대비해 설립된 '우주부품시험센터', 다른 한 개 동은 항공 핵심기술 자립화를 위해 세워진 '항공전자기 기술센터'다. 두 센터 모두 국내 시험·인증·평가 분야에 독보적 지위를 점해온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운영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명시한 경남 사천 항공우주청 설립과 맞물려 항공우주산업 육성과 지역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유관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항공산업은 4차산업 첨단기술과 융·복합돼 한 국가의 기술수준과 산업역량을 대변해주는 기술 집약산업이다. 세계 항공산업은 2030년 시장규모가 약 946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 정부도 미래항공산업 육성을 위해 2030년까지 1조9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KTL은 세계 7대 항공강국 도약, 항공 핵심기술 자립화를 목표로 시험평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진주 상평산단에 항공전자기 기술센터를 개소했다. 낙뢰와 외부 전자파 등 극한의 전자기 상황 속에서 안전과 성능 확보를 위한 시험평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항공 핵심기술 자립화는 항공사고 탑승자 생명과 직결된다.


KTL의 항공전자기기술센터 개소는 진주시가 항공특별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새 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크다. 진주시는 '한국의 툴루즈'를 꿈꾸고 있다. 프랑스에 위치한 툴루즈(Toulouse)에는 에어버스(Airbus) 본사와 항공기업 350여 개가 입지해있어 유럽의 항공 중심지로 통용된다. 경상남도는 이미 국내 항공산업 시장의 77.4%를 점유하고 있기도 하다.


민수 최대규모 35m급 대형쳄버 구축…시험인증 비용·기간 획기적 단축

#함정에서 사용하는 대형 견인장치를 개발하는 D사(社). 직접 개발한 대형 시스템의 시험평가를 계획했으나 시험품의 크기(15m)가 거대하고 고중량(15t)이다보니 시험장소 선정에 애로가 있었다. 해당 시스템은 실외에서 전자기 환경시험을 진행할 경우 온·습도 등 변수로 인해 정확한 시험결과 도출이 어려워 대규모 실내 시험시설이 절실했다. KTL는 대형시스템 시험평가가 가능한 항공전자기기술센터의 고내하중 대형 시스템 쳄버(35m, 70t 시험 가능)를 활용해 D사에 전자기 환경시험을 지원했다. D사는 시험평가결과를 획득할 수 있었다.


KTL 항공전자기기술센터의 국내기업 지원 사례다. 항공전자기기술센터에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13종의 항공기 시험장비가 들어서있다. 특히 기술센터 내부엔 민수 최대 규모인 35m급(35m×23m×11m) 대형 쳄버가 구축돼 있다. 항공기 전자부품부터 완제기까지 전자파 성능평가와 인증을 진행할 수 있다.


기술센터는 항공기 체계, 전자장비 및 대형 시스템 시험평가 등을 통해 우리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4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험평가를 무려 173건 지원해 기업 경쟁력 확보에 일조했다. 기업수요는 2019년 46건, 2020년 56건, 2021년 71건으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KTL은 이를 통해 해외기관 의존을 줄임으로써 시험 비용과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민 항공전자기기술센터장은 "시험기간은 종전 2년에서 6개월로 대폭 단축하고 시험비용도 건당 2억원에서 6000만원으로 절약할 수 있다"며 "국내 항공 핵심기술 해외 유출에 대한 사전 예방이 가능하며 항공분야 전문 기술·인력 양성을 통해 국내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진주지역 12개 기업 대상 항공부품 국산화 기술개발 컨설팅도 수행하고 있다. 항공관련 개발 제품 시험인증 절차, 시험평가 절차서 작성 방법 등에 대한 컨설팅이 이에 해당한다. 체계 및 대형 시스템 시험지원을 위한 시험규격(항공기, 중장비 등) 한국인정기구(KOLAS) 인정범위도 확대했다.


항공산업 생태계 조성…항공 핵심기술 자립화 지원

KTL 항공전자기기술센터는 국내 최초로 항공분야 체계 시험평가 기반구축에 힘쓰고 있다.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비행시험을 위한 활주로 내 전자파안전성 평가를 수행하는 등 항공기체계 전자파 시험방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또 산·학·연 협업을 위한 기술협의체와 기술세미나 등을 통해 항공분야 시험평가 기술보급 연계확산도 추진하고 있다.


향후 항공기 전자파 체계시험 KOLAS 인정획득으로 대형기기 시험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대형 포크레인 등 중장비와 미사일 발사대, 장갑차 등 방산기기 등에 대한 대형기기 체계시험평가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적합성 검증지원 프로세스 도입을 제안해 기술개발부터 양산까지 필요한 시험인증 수요에 적기·신속 대응하기로 했다. 항공·국방 기업과 협업해 무기체계 전주기 신뢰성 검증을 위해 종합 시험인증 솔루션도 제공할 계획이다.


차세대 항공기(UAM, PAV) 개발 지원으로 미래산업 육성에도 나선다. 대형드론 및 UAM 개발과 시험평가에 필요한 시험 인프라를 구축하고, 차세대 항공기의 기체 개발·운항·보안 등 미래항공 관련 시험평가 기술 선점을 추진할 예정이다.


드론 7대 강국 정조준…'부품개발→양산' 全주기 시험서비스 제공

드론산업은 항공·정보통신(ICT)·소프트웨어(SW)·센서 등 첨단기술이 융합된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드론시장 규모는 연평균 13.8% 성장해 2025년 42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세계 드론시장 7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드론산업 육성과 드론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드론 상용화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KTL을 특수목적 유·무인 드론 성능과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반 구축사업 주관기관으로 지정했다.


최근 드론은 단순 촬영 기능을 넘어 군사, 재난, 의료, 화물 등 다양하고 복잡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형·고중량화되고 있다. 이에 안전성과 성능 확보를 위한 시험인증 인프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미래항공기술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특수목적 유·무인 드론 산업생태계 조성 지원사업'을 통해 중·대형 드론 시험평가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중·대형급 드론이란 연료중량을 제외한 자체중량 150kg을 초과하는 드론이다.


이를 위해 강원도, 원주시와 총사업비 290억원(국비 105억, 지방비 185억)을 투입해 원주시 부론 일반산업단지 내 5555㎡ 규모 미래항공기술센터를 2024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이동형 소음평가 시스템, 비행조정안정성 평가 시스템, 복합환경쳄버 등 중·대형급 전기체를 시험할 수 있는 첨단설비가 마련된다.


KTL은 드론분야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해 드론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정원 KTL 부원장은 "드론 부품개발부터 양산 단계까지 전주기 시험서비스와 기술컨설팅을 통해 핵심기술·부품 국산화 등 국내기업 기술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또한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비행체에 대한 시험·성능평가 기준을 마련해 국내 기업의 미래 신시장 선점과 성장 동력 확보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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