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97 vs 친명·처럼회'…뚜렷해지는 민주당 전당대회 전선
입력 2022.07.18 15:39
수정 2022.07.18 15:39
'97 그룹', 이재명 출마에 십자포화
강병원 "李 출마, 절대반지 갈망 뿐"
박용진 "패배로 가는 막다른 골목"
윤영찬·고민정, 李 출마 우회 비판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의 전선(戰線)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출마선언이 마무리된 가운데,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을 중심으로 전선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이재명 의원을 향해 '97 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과 친문(친문재인)계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이재명은 있고 국민은 없다"며 "'나의 정치적 미래'에 관한 염려는 있지만 민주당의 정치적 미래에 관한 숙고는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는 그저 '절대반지'에 대한 갈망일 뿐"이라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고 했는데 고작 이뿐이냐"고 일침을 가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환영한다"면서도 "이기는 민주당의 적임자가 과연 누구인지 당원과 국민 앞에 토론을 통해 우열을 가려보자"고 각을 세웠다.
또 앞서 복수의 뉴스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는 "다가오는 전쟁에서 승리를 만들 사령관을 뽑아야지,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패배한 장수를 다시 쓸 것은 아니다"며 "박용진은 승리의 광장으로 가는 '민주당이 이기는 길'이며, 이재명 의원은 민주당이 또다른 패배로 가는 막다른 골목"이라고 규정했다.
전날 이재명 의원 출마선언으로부터 정확히 한 시간 뒤에 같은 장소에서 '맞불' 출마선언을 한 5선 중진 설훈 의원도 이 의원을 정조준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했지만 반성도 혁신도 하지 않은 채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최고위원 후보 중에서는 문재인정권 청와대에서 각각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을 지냈던 윤영찬·고민정 의원과 호남 대표로 도전장을 낸 송갑석 의원 등이 이재명 의원을 향한 비판적 의식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친문이자 이낙연 전 대표의 동아일보 후배로 친낙(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은 지난 12일 출마선언에서 "당내 다양성을 존중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돼야 한다"며 "다른 당원을 향해 멸칭을 부르며 조롱하는 이는 민주당원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민정 의원도 같은날 "민주당은 나만이 고칠 수 있다는 독선적 사고로는 공감을 얻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상처만 깊어질 뿐"이라며 "민주당은 누군가의 당이 아니라 우리의 민주당이며 자랑스런 나의 민주당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호남을 대표해 최고위원 출사표를 낸 송갑석 의원은 출마선언 직후 취재진과의 문답 과정에서 "동일한 생각과 동일한 출신 일색으로 지도부가 구성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역동성과 활력, 처절한 자기반성이 동반되는 전당대회가 될지 우려가 있다"고 친명(친이재명)계를 향한 견제구를 던졌다.
친명, 李 출마 배석…'러닝메이트' 자처
서영교 "이재명 총괄상황실장 했었다"
박찬대 "李와 함께 승리의 당 만들터"
'처럼회'도 李에 노골적인 '들러붙기'
반대로 친명계와 당내 사조직 '처럼회' 소속 강경파 초선 의원들은 공공연히 이재명 의원 밑으로 줄을 서며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외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서영교·박찬대·양이원영 의원은 전날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 현장에 아예 배석했다.
서영교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해 "이재명 (대선)후보의 총괄상황실장을 했다"며 "내가 출마선언을 10일 경에 했고 이재명 후보는 17일에 했는데 이 후보의 출마선언문이 나와 비슷하다고 하니 내 것을 참조하지 않았을까 농담 삼아 말씀드려본다"고 유사성을 부각했다.
박찬대 의원은 지난 14일 출마선언에서 "이재명과 함께 승리하는 통합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선언 직후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이 의원의 '러닝메이트'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렇게 (이재명 의원과 러닝메이트라고) 생각한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의 '헛발질' 등으로 6·1 지방선거 참패를 불러오고 당내에서 '해체하라'는 뭇매를 맞았던 당내 사조직 '처럼회' 소속 강경파 초선 의원들이 이재명 의원에게 들러붙는 것은 이 의원에게 가세(加勢)라기보다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라는 관측이다.
'처럼회' 소속 이수진 의원은 이재명 의원의 출마선언에 "환영한다"며 "함께 하겠다"고 했다. 역시 '처럼회' 소속인 장경태 의원도 "이재명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혁 의지를 이어갈 선명하고 정확한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며 "강한 당대표와 혁신 최고위원이 민주당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