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통일부의 해석…"北이 월북이라 믿었다면 공무원 안죽였을 것"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2.06.29 04:24
수정 2022.09.22 10:59

통일부, 공무원 시신

'소각' 아닌 '화장' 판단 내려

靑·관계부처로부터

정보 공유도 못 받아

하태경(왼쪽) 국민의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월북으로 믿었다면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군에 의해 피격된 뒤 해상에서 소각당한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과 관련해 통일부 고위 당국자의 '새로운 분석'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일부 당국자들과 회의를 가진 뒤 진행한 브리핑에서 김기웅 통일부 차관이 관련 분석을 내놨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하 의원을 비롯해 김석기·신원식·강대식·전주혜·안병길 의원이 참석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김 차관은 '이대준씨 사건' 이전에 국내 거주 탈북민이 개성으로 다시 월북한 사건을 언급하며 "그때는 죽이지 않았다. 코로나19라고 해서 다 죽였던 건 아니었다. 북한이 월북으로 믿었다면 죽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대준씨에게 월북 의사가 있었다는 문재인 정부 판단에 사실상 의구심을 표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20년 7월 19일 남측 거주 탈북민이 개성시에 재입북한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북측은 재입북자의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며 개성에 봉쇄조치를 내린 것은 물론 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후 북한 당국은 방역을 이유로 북중 국경지대 무단 월경자에 대해 사살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명령이 남북 국경지대에도 적용됐는지는 불분명하다. 실제로 북한군은 이대준씨를 발견한 지 6시간이 지나서야 사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해 피격 공무원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자료사진) ⓒ뉴시스

통일부가 사건 당시 '시신 소각'이 아닌 '시신 화장' 판단을 내렸다는 점도 이번에 확인됐다.


하 의원은 9월 24일 정오에 개최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 이인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참석했다며 "(당시) 통일부 지참자료를 열람했는데 그 시간까지 통일부에선 이대준씨가 불에 태워져 사망한 것을 시신 화장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문건에는 "시신 화장을 하려면 남북 간 협의가 필요한데 협의하지 않은 데 대한 유감을 표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군 당국이 2020년 9월 24일 오전 11시 브리핑에서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만큼, 통일부 자체적으로 시신 화장 판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하 의원은 "청와대가 통일부에 내린 공식 공문은 쭉 없다가 10월이 처음"이라며 "10월 국감 대비 자료였다. 그 이전엔 공식 공문이 존재하지 않는다. 통일부가 타 부처와 주고받은 공식 자료도 없다"고 말했다.


대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청와대는 물론 유관부처로부터 기본적인 정보공유조차 받지 못했다고 꼬집은 것이다.


하 의원은 "과거 금강산 박왕자 씨 피격 사망사건 당시에는 통일부가 주도해서 사건을 다뤘다"며 "이번 사건은 통일부가 전혀 주도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박왕자씨 사건 당시 통일부 주도로 현장 검증까지 진행됐던 만큼, 이번 사건에서 통일부가 철저히 배제됐다는 지적이다.


하 의원은 "오늘 TF 위원들과 통일부 모두 대북관계에서 통일부 역할이 너무 없다, 비정상적이라는 데 공감대를 가졌다"며 "통일부에서 미진한 사항들을 추가 확인해 당시 통일부가 많이 부족했고 제대로 하지 못한 점들을 반성하는 입장을 종합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회의 진행에 앞서 "우리 국민이 어처구니없이 피살되고 이후 명예훼손까지 당한 부분에 대해 당시 통일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협조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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