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무덤 한전①] 5년간 탈원전만 안 했어도…現 한전 사태는 없었다
입력 2022.06.29 07:01
수정 2022.06.28 18:52
한전 위기 주원인은 우크라 사태 아닌 '탈원전'
지난 정부, 안전 명분 앞세워 원전 이용률 급락
탈원전 방어 위해 전기료 누르더니 현 정부서 터져
국내 최대 전력공기업인 한국전력이 1961년 창사 이후 60여 년 만에 유례없는 경영위기를 맞았다. 한전은 지난해 5조90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 7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연간 20조~30조원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전이 맞은 최악의 재무위기의 표면적인 원인은 우크라이나 사태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지난 정부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은 미미할 것이라는 정권 초기 공언을 합리화하기 위해 전기료 인상을 억제했고 이는 결국 새 정부에 과중한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5년간 곪은 게 터졌다…한전 재무위기 원인은 '탈원전 정책'
정부와 한전은 지난 27일 연료비 조정단가의 분기 조정폭을 연간 조정폭(±5원/kWh) 범위 내에서 조정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7~9월분 전기요금에 적용될 연동제 단가를 5원/kWh으로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은 역대 최대폭이다.
한전의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요구에 번번이 퇴짜를 놓던 정부가 이번엔 한전의 요구를 수용해 3분기 전기요금에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유례없는 고물가 속에서도 내달부터 전기요금이 전격 오른다. 월 평균 307kWh 전기를 사용하는 4인가구 기준 매월 요금 부담이 약 1535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국제연료가격 급등으로 인한 한전 재무여건 약화를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LNG 등 국제연료가격은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등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문재인 정부는 안전 명분을 앞세운 무리한 탈원전 기조 적용으로 지난 5년간 원전 연평균 이용률을 71.5%로 하락시켰다.
5년 단위로 과거 우리나라의 지난 원전 이용률을 보면 2006~2011년은 무려 91.5%에 달했으며, 2012~2016년에는 81.6%를 기록했다. 과거 10년에 비해 탈원전 5년간 이용률이 급격하게 떨어진 셈이다. 미국 92.5%에 비해서도 20%p 이상 낮은 이용률이다.
원자력 발전량이 감소하고 그 자리를 LNG 발전량이 대신 차지하면서 5년 평균 공급원가는 1kWh당 93원을 기록, 2016과 85원에 비해 9%나 증가했다. 지난 5년간 LNG 평균 단가가 약 120원이었고 원자력은 반값인 60원이다. 이것이 현재 한전 재무악화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분석에 의하면, 지난 5년간 통상적 원전 평균 이용률 81.6% 유지시 약 11조원 손실 방지가 가능했다. 지난 5년간 한전 누적 적자가 5조2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한전의 적자 모면이 가능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탈원전 방어 위해 전기료 억누른 지난 정부
문재인 정부 시절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료가 인상되지 않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고 발언했다가 당시 국회의원들에게 사과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탈원전 정책 방어를 위해 전기료 인상을 억제하면서 합리화할 명분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국제 원유값이 떨어진 2021년 초에 kWh당 3원을 내렸다가 다시 3원을 올린 뒤, 탈원전 정책 후 전기료를 올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계속 동결했다. 특히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액화천연가스(LNG)·석탄·석유 등 연료비가 급등했음에도,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연료비 조정단가는 그대로 유지돼왔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내내 전기요금은 사실상 오르지 않았다. 올 1분기에만 7조8000억원 영업손실을 낸 한전 경영상황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시늉만 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한전은 문재인 정부 5년 중 3년을 적자(총적자 5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채는 42조원 증가한 146조원을 기록, 부채율은 무려 223%까지 올랐다.
주한규 교수는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급등한 국제 연료비 때문에 현재 한전 사태가 발생했다는 시각이 많은데 핵심은 그게 아니다"며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누적되고 곪은 것이 이제 와서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