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출근길 한마디] "치안감 인사 번복은 국기문란…어이 없는 일"
입력 2022.06.23 09:28
수정 2022.06.23 10:20
경찰, 尹 재가 전 언론 발표해 논란
"국기문란…어이 없는 일 벌어져
공무원으로 할 수 없는 과오, 황당
식물 검찰총장? 한동훈이 인사 제대로 했을 것"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시·도경찰청장급인 경찰 고위직 인사가 지난 21일 발표 2시간 만에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국기문란'이라 규정하며 "어이 없는 일"이라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관련 논란에 대한 질문에 "번복됐다는 기사를 보고 알아봤더니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행정안전부가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고지해 버린 것으로 어떻게 보면 국기문란"이라 질타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21일 오후 7시 28명 규모의 치안감 보직 내정 인사를 발표했지만 두 시간 뒤인 오후 9시30분쯤 28명 중 7명이 보직이 바뀐 채로 번복됐다.
경찰 측이 대통령실과 윤 대통령의 재가를 위한 협의를 하기 전에 언론에 먼저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고, 언론 발표본 자체도 행정안전부가 전달한 최종안이 아닌 초안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의견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유출됐다가 번복된 것처럼 나가는 것 자체가 중대한 국기문란이 아니면 공무원으로서는 할 수 없는 과오로, 황당한 상황"이라며 "언론에서는 치안감 인사가 번복됐다는데 번복되거나 한 적은 없고, 올라온 대로 승인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검찰 인사를 단행하고 있는 데 대해 '식물총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을 두고 "검찰총장이 식물이 될 수 있겠나, 검찰총장은 전국 검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사람"이라며 "검찰 인사권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 선을 그었다.
또 "저는 검찰과 경찰에 대해 책임장관으로서 (장관들에게) 인사권한을 대폭 부여했다"며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능력을 감안해서 제대로 했을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총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수사기관의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윤 대통령은 "수사가 진행되면 외부에서 간섭할 수가 없다. 간섭을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게 수사기관이겠나"라며 "중요한 것은 장관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청와대가 직접 통제를 해 내가 민정수석을 없애지 않았나"라 반문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과거에 많을 때는 100명 가까이 되는 경찰 인력을 파견 받아 권력기관이 직접 움직이곤 했다"며 "저는 그걸 없애고 직접 담당 내각 장관들에게 맡기고 정무수석실에 치안비서관도 없앴다. 국민에게 올바른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인사를 하되 수사나 소추 등 사법적 행위는 철저하게 책임 하에 하도록 할 것"이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행안부가 추진 중인 경찰국 설치가 경찰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두고서는 "아직 행안부로부터 구체적인 보고는 못 받았지만 경찰보다 독립성·중립성이 더 요구되는 검찰도 법무부에 검찰국이 있다"며 "과거에는 청와대가 직접 통제를 했다. 행안부가 필요한 지휘, 통제를 하고 독립성과 중립성이 꼭 요구되는 사무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할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일각에서 병역특례법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대통령이 먼저 입장을 밝힐 게 아니라 국민 생각과 여론을 따라 법에 정해진대로 해야 한다"며 "국민 생각이 그러면 국회에서 법을 조정하면 될 것"이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