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이슈] “‘세부 기준’ 없으면 계속될 것”…반복되는 스태프 착취 논란, 여전히 남은 ‘숙제’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2.06.10 13:16 수정 2022.06.10 13:17

‘미남당’, 스태프 혹사 및 무더기 해고 논란

제작사-일부 스태프들 의견 엇갈려

‘K-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 드라마의 위상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카메라 뒤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노동 시간이 단축되는 등 환경이 점차 나아지고는 있으나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일부 스태프들을 괴롭히고 있다.


최근 KBS2 새 드라마 ‘미남당’이 방송이 시작도 되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스태프들이 ‘미남당’의 제작사가 기존 계약의 근로기준법(53조 노동시간 및 휴게)을 위반했으며,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태프들에게 재계약 거부를 통보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몬스터유니온 등 제작사 측은 이들의 주장을 부인했다. ‘미남당’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스태프들과 합의 하에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서의 내용대로 주 52시간을 준수하며 촬영을 진행했다”며 “일부 스태프들이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며 재계약에 동의하지 않아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계약을 종료한 것이지 일방 계약해지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측 또한 “제작사는 1주에 12시간까지 가능한 근로연장을 23시간까지 초과했다. 이렇게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촬영 주차가 17주에 달한다”며 “제작사는 근로기준법(노동시간)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태프들에 한해 재계약 거부를 통보했다. 최소한의 법을 지키라는 요구에 생존권을 빼앗은 해고”라고 재반박,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미남당’의 사례는 양측의 주장이 대립 중인 사안으로, 어느 한쪽의 주장이 옳은지 알 수 없다. 다만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남당’ 촬영 중단 촉구를 위해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강은희 변호사는 “KBS 드라마는 대부분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 여기에 KBS1 드라마 ‘국가대표 와이프’도 포함돼 있다”고 드라마 촬영 현장의 관행을 지적했으며, ‘동백꽃 필 무렵’을 비롯해 ‘사생활’, ‘아스달 연대기’, ‘황후의 품격’ 등 ‘미남당’ 외 다수의 드라마들이 스태프 혹사 또는 착취 논란에 휩싸여 해명 또는 사과를 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2019년부터는 전 방송사에도 해당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이에 수년이 지난 현재, 과거의 열악했던 드라마 촬영 현장에 비해 어느 정도 개선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다. 한때는 며칠 연속 밤을 새며 촬영을 하는 경우들도 흔하게 일어났다면, 이제는 정해진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는 것에 다수의 스태프들도 동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스태프들이 노동 시간 준수 또는 환경 개선을 호소하는 이유는 “‘세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7년째 방송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 스태프는 “기본적으로 제작사 측과 스태프들 사이에 노동 시간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촬영 준비 시간 또는 마무리 시간과 이동 시간은 ‘일하는 시간’에 포함이 되지 않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먼 지방 촬영의 경우에는 이동 시간이 포함이 되곤 하지만, 가까운 지방이나 경기도 등에서 촬영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는 고스란히 업무 시간을 늘어나고 휴식 시간을 줄어드는 것”이라며 “마무리 후 이동까지 이뤄지면 심할 때는 몇 시간 후 다시 현장에 나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주 52시간이지만, 결국에는 업무 강도 높은 현장처럼 체감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드라마 촬영 현장의 가장 고질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변수가 많고, 밤 촬영이 필수인 드라마 촬영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해진 기준을 일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작 기간은 늘어나고, 인건비는 높아지면서 제작비를 감당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호소하는 제작자들도 있다.


또 다른 기술 파트 스태프는 “세부 기준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라며 “현제 제작사의 재량으로 이뤄지는 경우들이 많다 보니 서로가 혼란을 겪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제작자와 스태프들 간에 노동 시간 등에 대한 인식 차이는 있어왔다. 이러한 기준을 통일하거나 정하지 않으면 이 차이는 계속해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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