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97일 ‘배달비 공시제’ 실효성 논란 여전, 폐지 수순 밟나
입력 2022.06.02 06:43
수정 2022.05.31 15:39
‘소비자 접근성 떨어지고 혼란만 가중’ 지적 계속돼
외식가격 공표제 폐지, 일회용컵 보증금제 유예 등 규제 해제 움직임
지난 2월25일 시행돼 운영 98일을 맞은 배달비 공시제를 놓고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선 배달비 공시제가 시행된 지도 몰랐다는 반응과 함께 현재 제공되는 정보도 부실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울러 시행 이후에도 배달수수료가 인상되면서 당초 배달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목적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연말로 유예된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외식가격 공표제처럼 배달비 공시제도 폐지로 가닥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배달비 공시제도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플랫폼 간 배달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한 달에 한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단협)와 소비자원 홈페이지에 배달플랫폼별 배달비, 거리별 할증요금, 배달 방식별(묶음·단건) 수수료, 최소주문액 등을 공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행 공시방식이 소비자들로서는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배달 방식과 거리, 시간대, 날씨 등에 따라 배달비가 수시로 변경되는 데다 조사의 사례 수도 매우 한정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 소비자들이 모바일을 이용해 검색하는 가운데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소비자원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도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배달비 정보는 배달앱을 통해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배달비 공시제 시행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도 많다.
지난 2월 처음으로 공개한 배달비 정보는 5월31일 오후 3시10분 기준 1816건이다. 3월 707건, 4월 1379건, 5월 59건 등 4개월치 정보 조회 수는 3961건에 불과하다.
정보 공개를 통해 플랫폼 간 배달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자는 목적도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 배달앱들은 지난 2월과 3월 새로운 요금제 도입 등을 통해 배달 수수료를 인상했다.
시행 100일이 다 돼가는 상황에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앞서 폐지로 가닥이 잡힌 외식가격 공표제와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배달비 공표제와 함께 지난 2월 도입된 외식가격 공표제 역시 실효성 논란을 이기지 못하고 3개월 만에 농식품부 장관이 폐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외식업계 주요 규제로 꼽혔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도 연말로 유예된 바 있다.
배달비 공표제를 포함해 외식업계 3대 규제로 꼽혔던 제도 중 두 개 제도가 유예되거나 폐지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산업계 전반적으로 기업 투자를 막는 규제를 철폐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외식가격 공표제나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폐지되거나 유예되면서 함께 실효성 지적을 받았던 배달비 공표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