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88)] 신예인데 노련미가…‘데스노트’ 김다혜의 무한 가능성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5.28 11:31
수정 2022.05.28 09:14

6월1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7월1일~8월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장공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뮤지컬 ‘데스노트’는 첫 장면부터 관객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는다. ‘고등학교 교실’ 씬에서 배우들이 함께 부르는 ‘정의는 어디에’를 통해서다. 특히 이 씬에서 일부 앙상블 배우들이 노래를 한 소절씩 이어 부르는데, 짧은 분량에도 개개인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오프닝을 책임지는 배우들 중 한 명인 김다혜는 풍성한 성량과 안정적인 가창력을 자랑한다.


김다혜는 극중 왕따 소녀, 백댄서, 시민, 교사, 발랄한 대학생 등으로 무대 곳곳을 누빈다. 맡은 역할마다 그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수시로 얼굴을 바꾸는 노련함까지 보인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올해 ‘데스노트’로 갓 데뷔한 신예라는 점이다. 어떤 캐릭터라도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가는 김다혜이기에 다음 스텝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뮤지컬 배우를 처음 꿈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경험해 본 건 중학교 3학년 때에요. 중학교 시절 밴드와 댄스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축제에 나가는 것을 좋아했던 저에게 담임선생님께서 경상남도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첫 뮤지컬 오디션 공고를 공문으로 받으시고 추천해 주셨었어요.


마냥 음악과 춤이 좋았던 저에게 연기가 포함된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너무나도 신세계였고 그때부터 뮤지컬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출연했던 작품은 ‘페임’(Fame)이었고, 무용반 학생 역을 맡았어요.


-이번 ‘데스노트’가 데뷔작이라고요.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오디션이 진행이 되었었는데 최종 합격 날짜가 공지가 되지 않아 매일 휴대전화를 들여다봤어요. 시간이 지나도 문자가 오질 않아서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학교 졸업공연을 연습하고 있던 어느 날 연락이 왔어요. ‘합격’이란 메시지를 보자마자 온몸이 떨리더라고요. 부모님께 전화해 데뷔하게 됐다고 말하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꿈꿔왔던 뮤지컬 배우가 된 건데요. 이전과 달라진 점도 있나요?


아직 첫 작품이고 마냥 감사하고 행복한 시기라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다만 제가 한 가지에 집중하면 우선순위가 너무 정확해지는 성격이라 공연 컨디션을 위해 주변 지인들을 만나는 시간이 거의 없어진 점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제 점점 익숙해지고 스스로 컨디션을 컨트롤하는 법도 어느 정도 터득해가며 여유로워지고 있는 걸 느낍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나요?


딱 한 번 그런 순간이 있었어요. 입시 때였는데 시험을 보면 너무 잘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끼게 돼요. 그러면서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고요. 제가 겁이 너무 많고 강한 성격이 아니다 보니 정신을 다지기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뮤지컬 배우를 하기엔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세상엔 너무나 재능을 가진 사람이 많고 그 사람들과 비교하는 제 자신이 싫어지고 자존감도 많이 낮아지게 됐죠.


사실 저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대학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컷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당시 다른 과로 진학을 하고 다른 직업을 공부하면서 한 걸음 뒤에서 보니 ‘아직 난 무대에 서고 싶고 분명 꿈을 놓지 못하고 있는데 왜 견디지 않고 포기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신력과 마인드가 너무 약했다는 것을 크게 느꼈어요. 그러면서 굳게 마음먹고 뮤지컬과 편입을 준비하여 대학교를 합격했고 이 터닝포인트를 계기로 제가 얼마나 뮤지컬을 좋아하는지 한 번 더 알게 되고 어떤 일이 있어도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며 한 걸음 더 성장했습니다.


-어떻게 이 시기를 견뎌냈을까요?


연기 학원 선생님들의 힘이 컸어요. 위 얘기에 이어서 다른 과로 진학했을 당시 연기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제가 다녔었던 학원이었는데 선생님들께서 다른 공부를 하는 저를 너무 안타까워하시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응원해주셨어요.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네가 뮤지컬 배우를 해야지 누가 하냐’ ‘넌 천상 뮤지컬 배우다’ ‘너의 재능을 의심하지 마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이 말들이 다시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데 있어서 큰 힘이 됐어요.


-‘데스노트’라는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과정도 궁금해요.


‘데스노트’ 오디션이 진행된다는 공지를 받고 ‘이 작품은 꼭 하고 싶다.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노래와 안무를 준비하여 오디션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초연, 재연을 보지 못했고 ‘데스노트’ 작품의 스토리를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챙겨보지 못해서 얕은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배우로 작품을 참여하면서 새롭게 느끼고 있는 것들이 많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새로움’인가요?


먼저 뮤지컬 넘버들이 하나하나 빠짐없이 너무 좋고, 새로 도입된 LED 무대 영상이 정말 최고예요. 판타지를 이런 방법으로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에요. 어릴 때 느낀 ‘류크’는 마냥 무섭고 못된 사신 같았는데 지금 장면을 보면 ‘라이토’와 케미스트리가 좋은 부분에서는 귀엽게도 느껴져요. 또 사신은 오히려 더 질서를 지키는 정직한 인물이 아닌가 생각도 들고요. 캐릭터 모두의 서사가 매력 있고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앙상블 배우분들 중에서도 유독 성량이 좋고, 안정된 가창력을 보여주셔서 눈길이 가더라고요. 평소 연기나 가창력 등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연기는 주로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는 식으로 연습해요. 뮤지컬이나 매체 가리지 않고 영상을 시청하다 멈추고 그 장면을 그대로 재연해 봅니다. 밝은 연기는 자신이 있는 편이어서 주로 슬프거나 화내는 연기를 연습하죠. 집중이 잘될 때는 바로 촬영을 해놓고 싶을 정도로 뿌듯하답니다. 하하. 노래의 경우는 레슨을 받아요. 노래는 혼자 실력을 분석하기엔 아직 부족하고 누군가 항상 들어주고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에게 맞는 발성을 찾고 내추럴 하고 예쁜 음성을 내기 위해 꾸준히 훈련 중입니다.


-‘데스노트’ 작품에 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은?


‘내 할 일을 잘 하자’였어요. 어떤 장면에서의 노래든 안무든 내가 맡은 부분을 잘 소화해 내고 부족함 없이 채우자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또 첫 작품에서 만나는 첫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잘 보이려고 지나치게 과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어요. 제 모습 그대로 꾸밈없이 임하면서 내가 할 일을 잘하면 된다는 마음이에요.


-현재 어떤 캐릭터들을 맡고 계신지, 또 그 캐릭터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와 그 이유도 말씀해주세요.


왕따 소녀, 백댄서, 시민, 교사, 발랄한 대학생 역 등을 맡고 있어요. 저는 테니스 장면에서 나오는 발랄한 대학생 캐릭터에 제일 마음이 가요. 가장 저다운 인물이라 연기하면서도 재미있고 제 동선 중 제일 자유로울 수 있는 캐릭터와 분위기거든요.


-작품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가 있다면?


하나만 고르기 정말 어려워요. 애정 하는 장면과 넘버가 너무 많은데 그 중에서 ‘렘’이 부르는 ‘어리석은 사랑’ 넘버가 너무 슬프더라고요. 강하지만 여리고 순수한 ‘미사’가 고통 받고 지쳐 쓰러져 있는 모습과 그 모습을 보고 본인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 아이를 위하는 ‘렘’ 사신의 마음이 함께 표현되는 이 장면과 넘버는 감정이입이 되게 만들어요. 한 번은 부스에서 장면을 보다 울컥해서 코러스 부분에서 감정을 진정시키며 부른 적이 있었어요. 그 후로는 노래를 위해 너무 깊게 안 빠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하.


-작품에 임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있다면?


없는 것 같아요. 굳이 생각을 해보자면 경사 무대라 발목에 힘이 들어가서 퇴근 때 종아리가 너무 붓는다는 점? (웃음)


-다음 시즌 ‘데스노트’에 다시 참여하게 된다면, 맡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미사’ 역을 해보고 싶어요. 큰 아픔을 가진 아이지만 아이돌 생활로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미사’를 보면 정말 안아 주고 싶어요.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서 마음이 가는 역인 것 같습니다. 꼭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길(웃음).


-뮤지컬 배우로서 ‘이것만은 꼭 지키자’ 하는 본인만의 신념이 있다면?


제가 먹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일정 몸무게 이상을 절대 넘지 말자는 것이 저와의 약속이에요. 하하. 기회라는 것이 언제 갑자기 올지 모르기 때문에 몸과 체력을 잃지 않게 관리하고 있어요. 물론 내면도 함께 긍정적으로 살고 있답니다(웃음).


-뮤지컬 배우가 되길 참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은?


요즘, 그리고 지금 이순간도 ‘뮤지컬 배우가 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최고의 선배님들과 멋진 작품을 같은 무대 위에서 하고 있는 것이 가끔은 믿기지 않을 때도 있고요. 이 좋은 노래들을 가까이서 듣고 볼 때마다 ‘나 뮤지컬 배우 되기 진짜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들을 때마다 항상 귀가 녹습니다.


-향후 꼭 연기하고 보고 싶은 캐릭터,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제가 욕심이 많은 건지 너무 많아서 하나만 고르기 너무 어려워요.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전 관객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채워주는 역할과 작품을 하고 싶어요. 같은 공간에서 감정을 공유하고, 그로 인해 관객분들이 감동과 사랑을 받아 가신다면 저는 너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 줄지도 궁금해요.


넓은 스펙트럼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이미지가 지정되지 않고 모든 캐릭터를 소화해낼 수 있는 역량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무대에서 잘 노는 배우, 한계가 없는 배우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롤모델도 있나요?


많은 여자 뮤지컬 배우분들 중 가지고 계시는 개개인의 다른 면에서 저는 많이 보고 배웠어요. 좋아하는 배우분이 많은데 딱 한 분만 말씀드리자면 민경아 배우님을 존경합니다. 에너지나 여러 방면에서 제가 지향하는 부분을 가지셨고 사람이 자체적으로 너무 사랑스러우신 것 같아요. 꼭 같이 무대에 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최종 목표가 있다면?


멀리 생각하지 않고 가까운 목표를 먼저 계획했을 때 3년 안에 대사와 노래 있는 배역을 맡아 연기하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성장하여 인지도를 쌓고 ‘잘하는 배우’가 되도록 열심히 나아가고 있겠습니다.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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