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 추가해 공룡경찰 견제?…경찰 중립성은 어쩌나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2.05.26 01:23
수정 2022.05.26 23:33

법조계 "지방자치 업무 일환으로 보면 치안 업무는 행안부 장관 사무"

"그간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책임 방기도 미연에 방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경찰청 제정 취지와 맞지 않고 훼손 방지책 마련돼야"

지난 20일 자문위 회의서 거론…행안부 "현재로서는 깊은 논의 진행되고 있지 않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추경안 심사를 위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창룡 경찰청장.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이후 올해 9월부터 수사 권한이 비대해지는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방안으로, 지방자치 측면에서 정부조직법상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행안부 장관이 경찰에 대한 통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수완박 법안이 자치경찰제 등이 뿌리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급박하게 추진됐다며 경찰권을 통제할 장치로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현행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검찰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명시돼 있다. 반면 경찰청은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둔다고 규정돼 있지만 행안부 장관이 치안이나 경찰 관련 사무를 맡는다는 규정은 없다. 전직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인 이헌 변호사는 "행안부에 기본적인 업무 내용 중에 넓은 의미의 치안도 포함도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을 난데없이 조정하고, 경찰권을 통제할 장치도 제대로 마련해 놓지 않은 상태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해 경찰 권력의 통제와 수사 공백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과 피해를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행안부 산하에 있는 국가경찰위원회 사무에 치안이 들어가는데, 그간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이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이 경우 경찰의 중립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치안 사무 규정과 별개로 경찰은 기본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은 조직으로 인식돼 온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하나 강신업 변호사는 "자치경찰제가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 때 법안을 너무 시급하게 처리한 측면이 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통제하려면 관할 사무에 '치안'을 명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자치 업무의 일환으로 보면 치안 업무는 행안부 장관 사무 분장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자치 경찰의 업무가 제대로 분장이 되지 않은 상황인데, 중앙행정기관 업무를 확실하게 규정으로 적시하면 책임 방기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해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는 방안이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에서 제안되고 위원들 모두 동의하면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선 이 방안에 대해 깊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일 행안부 장관 산하 정책자문위원회 분과인 자문위는 회의를 열어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 주제는 ‘헌법상 정부조직 구성원리에 따른 민주적 운영 방안’이었고, 특히 자문위는 행안부와 경찰의 관계 재정립 방안을 놓고 집중 토론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행안부 장관이 치안 사무에 직접 개입할 경우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 시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행안부 장관이 직접 치안 사무에 손을 댈 경우 경찰이 정치적으로 남용되는 등 많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수사 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하거나 인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는 방안을 고민하는 등 경찰 통제 방안의 제1기준은 국민이어야 한다"며 "행정부 장관 사무에 치안이라는 업무를 구체적으로 넣어버리면 경찰청 제정의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이어 "행안부에서 그간 적극적으로 치안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는데, 자치경찰제도가 들어오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일반행정과 교육행정, 치안행정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완성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어 왔다"며 "이런 측면에서 행안부가 치안 업무를 가져다 챙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겠다. 다만, 권한이 커진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핵심적인 실행 계획을 우선 내놓는 것이 중요하고, 주변적인 방법으로 통제해선 안 된다"고 부연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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