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정우성-이정재, 배우가 감독이 된다는 것①

데일리안 (프랑스 칸)=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2.05.23 18:01
수정 2022.07.28 10:37

감독 겸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왼쪽부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감독, 마음대로 하는 건 줄 알았는데 ‘포기하는 게’ 직업이더라. 정재 씨가 한 얘기잖아요. 그 포기를 하고 촬영장 숙소에 돌아와서, 파김치가 돼서 ‘죽겠다’ 할 때 ‘웰 컴 투 더 헬’ 했죠. 저는 그 마음을 영화 ‘보호자’ 때 먼저 경험했으니 고소한(웃음) 거예요.”


Welcome to the Hell,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해~. 영화 ‘헌트’로 감독에 데뷔한 오랜 친구이자 동료 이정재에 관해, 영화 ‘보호자’로 먼저 감독이 된 정우성이 유쾌하게 언급한 말이다.


지난 21일(프랑스 현지시간) 칸 테라스 드 페스티벌에서 이뤄진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 제작 ㈜사나이픽처스․㈜아티스트스튜디오, 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인터뷰에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감독의 세계에 입문한 정우성과 이정재의 이야기가 크게 들렸다.


실재와 닮은 불안한 청춘 도철(정우성 분)과 홍기(이정재 분)가 되어 서울 압구정을 누볐던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두 배우는 ‘헌트’로 한 화면에서 연기 호흡을 맞췄고, 이정재는 연출을 겸하기도 했다.


영화 '헌트'에서 김정도를 연기한 배우 정우성 ⓒ

“배우가 감독을 한다, 자연스러운 도전이지만 영화라는 작업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피상적으로 바라보는 분들은 ‘오래 연기했다고 연출하는 거야?’라는 시선을 가질 수 있어요. 그 날 선 시선 또한 받아들이고 깨 뚫고 나가야 하는 도전이 연출을 하려는 배우에게는 있습니다. 감독은 맞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정재 씨는 많이 맞지 않을 것 같아요. (‘헌트’에) 작품성도 재미도 있어서요.”


모든 일에는 동전의 양면이 존재한다. 오래 배우 생활하면서 알게 된 영화에 관한 모든 것들, 사람과 자본과 구조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정우성이 말한 관객 대중의 ‘날 선 시선’ 또한 실력으로 누그러뜨려야 한다.


“영화 ‘헌트’에는 이정재 감독의 관점과 시선, 주제의식이 100% 있어야 하고 훼손되면 안 되는 거죠. 또 그게 영상으로 나와서 입증돼야 하는 거고요. 그런데 그 입증이 되기도 전에 옆에서 답답해 하고 참견하기 시작하면 (영화가) 오염이 됩니다. 이정재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로서 곁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정재 씨가 날(주연인 배우 정우성을) 기다리듯이 저도 기다린 겁니다.”


영화 '태양은 없다' 스틸컷 ⓒ

이정재보다 먼저 감독의 일과 자리를 경험해 본 선배 감독답게 정우성은 진득하게 말했다. 그저 오래 영화계에 있다 보니 하게 되는 게 감독이 아니라면, 배우인 정우성은 어떤 과정 속에서 감독의 길로 이어졌을까.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 할 때, 내레이션 수정해서 김성수 감독께 보여드렸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모르잖아요, 내가 제안하는 게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고요. 누군가 저의 것을 허용해 주고 영화에 적용되고, 적용된 결과를 보니 재미있어서 용기가 생기고, 그래서 또 도전하고. 그랬던 일들이 시작이었다 싶습니다. 저는 도전을 좋아해요, 도전에는 뻔뻔합니다. 잘할 수 있는 것만을 하기보다 재미있는 일에 도전합니다.”


도전, 말이 쉽지 그것을 실천한 자에게는 박수가 당연하다. 매번 성공하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동력이라기보다는 음…, 네, 제 동력은 감사함에서 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애가 세상에 나와 운 좋게 배우가 됐는데, 현장에 가니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에 관심이 가는 거예요. 저 스태프 분들 고생하신다, 옛날에 그분들에 대한 처우 진짜 좋지 않았어요. 동료애를 가지려 마음으로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연기에 그치지 않고 영화 만드는 것, 영상 작업으로 관심이 확장돼 왔어요.”


실제로 정우성은 지난 2006년 그룹 GOD의 ‘LOVE b’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기도 했고, 2014년에는 단편영화 ‘킬러 앞에 노인’을 연출했다. 개봉은 ‘헌트’보다 뒤가 됐지만, 이미 2년 전 장편영화 감독으로서 ‘보호자’를 완성했다.


배우 정우성, 감독 정우성, 사람 정우성 ⓒ데일리안 DB. 촬영 화면 갈무리

“제일 재미있는 게 연기인데 다른 걸 해봐야 잘하겠어요. 그래도 도전하는 거죠. 영역이 넓어지면 피곤하긴 한데 재미있어요.”


잘할 거라는 확신이 없어도 재미있게 느껴져 자꾸 마음이 가면 도전해보는 자세, 겸양의 표현으로 ‘뻔뻔하게 도전’이라고 정우성은 말했지만 우리의 뻔뻔한 도전과 그 용기를 응원하는 정우성의 마음이 전해 왔다. “어떤 감독이 되겠다, 어떤 제작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두고 달리는 게 아니라 그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을 뿐”이라는 사람 정우성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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