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 기립박수…‘감독’ 이정재, 절친 정우성과 함께 달군 칸의 뜨거운 밤 [칸 리포트]
입력 2022.05.20 11:45
수정 2022.05.22 00:18
‘헌트’ 등으로 달아오른 칸 영화제 초반
배우 이정재가 칸에서 감독 데뷔작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영화 ‘헌트’ 19일 밤(현지시간) 첫 공개됐다.
이날 뤼미에르 대극장 근처에는 영화가 시작되기 2시간여 전부터 ‘헌트’를 즐기기 위한 팬 관객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영화 ‘헌트’의 표를 구한다’는 피켓을 들고 호소하는 일부 팬들도 눈에 띄었다.
이정재와 정우성을 비롯해 메가박스 홍정인 대표,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 메가박스 이정세 이사, 장세정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영상콘텐츠사업본부장 등 영화 ‘헌트’의 제작을 함께한 이들은 레드카펫을 밟으며 팬들의 환호를 즐겼다.
특히 이정재와 정우성은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손인사로 화답하고, 직접 사인을 해주며 분위기를 돋웠다. 각종 행사 또는 예능 등에서 함께하는 모습은 종종 공개됐으나,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이 함께 칸에 입성하면서 더욱 의미를 남겼다.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 이 영화는 ‘감독’ 이정재의 욕심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서로를 의심하면서 생기는 긴장감, 각자의 정체 또는 의도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담아내는 반전의 충격 등 설정과 스토리는 여느 첩보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적 사건들을 픽션과 적절하게 조화시키며 몰입도를 높이는 방식도 영화 ‘베를린’, ‘공작’ 등의 국내 첩보 영화들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헌트’는 타격감 넘치는 맨몸 액션과 화려한 총격 등 각종 완성도 높은 액션을 가미해 장르적 재미를 살리는 것으로 개성을 보여준다. 각자의 정체를 둘러싼 반전들이 차근차근 긴장감을 쌓아가는 가운데, 다채로운 액션 장면들이 쾌감을 선사하면서 ‘첩보 액션’의 장르적 매력을 제대로 느끼게 한다.
고난도 액션 장면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이정재, 정우성은 거대한 사건들을 마주하며 겪는 감정의 파고 또한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뜨겁게 대립을 하다가도, 굳건하던 신념이 흔들리는 찰나의 순간들을 절묘하게 포착해내며 이해를 돕는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은 큰 환호와 함께 약 7분 여간 기립박수를 보내며 ‘헌트’에 만족감을 표했다. 이정재와 정우성을 비롯한 ‘헌트’ 측도 밝게 웃으며 화답했다. 이정재는 “정말 감사하다. 이 영화를 즐겨주셨기를 희망한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뤼미에르 대극장을 찾은 관객들도 ‘헌트’만의 독특한 장르적 매력에 매료된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에서 온 30대 남성 관객은 “시원한 액션 장면들이 많아 좋았다. 액션씬으로 시원함을 느끼게 하다가 스파이 장르의 재미를 보여주는 이중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30대 프랑스 여성 관객 또한 “생각보다 총알과 피가 많은 느낌이었다. 액션 장르의 매력만큼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하지만 조금 잔인한 느낌도 있다. 냉전 시대 첩보 영화를 기대하고 본 사람에게는 그렇게 느껴질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하는 ‘헌트’에 새로운 재미를 느낀 해외 관객도 있었다. 한 남성 관객은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라는 게 좋았다. 내가 몰랐던 것을 또 하나 알게 되는 것이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만족감이 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