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기로에 선 ‘푸르밀’…생존책 고심하는 유업계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2.05.20 06:48
수정 2022.05.19 16:15

5년 적자 기업 새주인 만나나…유업계 ‘촉각’

업계 위기감 해마다 증가…“신사업 중요성 커져”

최근 유업계는 생존을 위한 성장 동력 마련에 고심 중이다.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텃밭인 분유시장을 대체할 신사업 발굴 경쟁이 매섭다. 살아남은 기업과 도태된 기업이 명확해지고 있는 가운데, 푸르밀은 매각설까지 불거졌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동환 대표 취임 이후부터 적자를 이어간 푸르밀이 기업 매각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푸르밀은 2018년 1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 등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경쟁사 유업체들이 성인건강기능식품 쪽으로 외연을 넓히며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꾀한 반면 푸르밀은 변화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됐다. 푸르밀은 ‘비피더스’, ‘가나 쵸코우유’를 제외하고 브랜드를 대표할 전략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푸르밀은 업계서 도태됐다는 평을 받아왔다.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연구개발 투자 측면에서 큰 대조를 이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경쟁사들이 연구개발비로 10억원 이상을 사용한 반면, 푸르밀은 약 1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업계 관계자는 “푸르밀 매각설과 관련해 공식발표가 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다른 유업체 대비 파워브랜드가 부족하고 소비자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는 데다, 업계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회사 차원에서 자구책을 고심하면서 매각설이 나온 듯 하다”고 말했다.


위기는 푸르밀 뿐만이 아니다. 유업계 전반을 중심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단백질 시장 공략을 위한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한계가 여전하다. 올해 1분기 매일유업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하거나 수익이 감소했다.


매일유업의 경우 작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55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늘었다. 영업이익은 878억원으로 1.5% 증가했다. 유제품 소비 감소 추세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포트폴리오 확대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서울우유는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1조84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82억원으로 2.1% 감소했다. 남양유업도 2020년 이어 지난해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 778억원으로 2020년(766억원)에 비해 늘었다.


유업체들의 어려움을 불러온 원인은 다양하다. 출산율이 감소가 절대적이다. ‘먹는 입’이 줄면서 우유는 물론 분유 매출까지 하락세를 걸었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수입 유제품 공세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다양한 먹거리가 등장하면서 찬밥 신세가 지속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가세하면서 부담을 키웠다. 우유 급식 매출이 크게 쪼그라든 상황에서,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른 부담 역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각 유업체들은 생존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흰우유 소비와 함께 안정적 포트폴리오 구축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신규 수익창출을 위해 성장세가 높은 디저트 시장 공략을 위해 관련 제품을 출시하거나, 자사 제품을 활용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자사 만의 카테고리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에 분주하다. 매일유업의 ‘셀렉스’와 일동후디스의 ‘하이뮨’이 좋은 예다. 두 제품은 유업계에서 단백질 기반 성인 타깃 건강기능식품으로 안착하며 신성장동력을 확보한 사례로 꼽힌다.


서울우유는 치즈·요거트·컵 커피 등 다양한 고수익 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비자 입맛이 고급화되면서 고급치즈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아이스크림과 냉동피자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배달이유식 케어비 등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포스트바이오틱스 이너케어’로 건기식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 3월에는 독일 제약사 독일 제약사 프레지니우스카비와 손잡고 케어푸드 시장에 발을 들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원인으로 유업계 시장이 갈수록 어려워 지고 있는 만큼 업계는 생존을 위해 신사업 강화가 필수가 된 상황”이라며 “올해도 각 사별로 치즈나 가공우유, HMR 등 각 분야에서 잘하는 것들을 개발하고 시장을 선도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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