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86)] ‘데스노트’ 주홍균 “벌써 데뷔 22년, 앞으로가 더 기대되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2.05.14 15:11
수정 2022.05.16 11:36

6월1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7월1일~8월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장공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열심히 살다보니 벌써 22년이 지났네요.”


뮤지컬 배우 주홍균은 2000년 ‘꿈꾸지마’로 뮤지컬 무대에 오르기 시작해 벌써 22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간 ‘모차르트!’ ‘킹아더’ ‘마리앙투아네트’ ‘셜록홈즈’ 등의 작품에서 앙상블로 활약했고, 현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데스노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무려 20여년이라는 긴 시간은 후회와 아쉬움을 주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론 지금의 주홍균을 만든 자양분이 됐다. 뮤지컬에 대한 깊은 애정을 거듭 확인했고, 덕분에 실력적으로나 마음가짐도 더 단단하게 다질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특히 어떤 역할이 주어지더라도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그의 신념이 무대 위 캐릭터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데뷔한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어요.


뮤지컬 데뷔작은 ‘꿈꾸지마’(2000)라는 작품이었어요. 20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20여년의 시간보단 앞으로가 더 기대되죠. 과거의 선택들로 지금의 제가 있는 거겠지만 아쉬움과 후회가 조금 많이 있었어요. 그래도 ‘지금까지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어요(웃음).


-아쉬움과 후회가 많았다고요. 예를 들자면요?


어려서 시작하다보니 그때는 너무 참을성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후회가 되죠. 물론 그것도 저의 모습이고, 이후 성장한 것도 저의 모습이니까 이젠 괜찮아요. 이제 저를 보고 힘을 얻고 행복한 분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데뷔 당시와 지금, 스스로에게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데뷔 당시에는 자신감만 잔뜩 있는, 뮤지컬을 너무 좋아하는, 모델 일을 하는 배우였어요. 가수를 준비하다가 뮤지컬을 보고 ‘이거다’ 싶어서 새로운 꿈을 꾸게 됐죠. 지금은 하루 하루에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된 것 같습니다.


-2003년 이후 오랜 시간 작품 활동 이력이 없으시더라고요. 이유가 있을까요?


‘유린타운’(2003) 이후 몇 년 동안은 뮤지컬이 아닌 연극을 주로 했던 것 같아요. 그 사이에 병역의 의무도 다해야 했고요. 개인사로 뮤지컬을 그만두려고 했던 시기였어요. 자의이기도 했고, 가족 환경도 있었고요. 다행히도 지금은 너무 좋아요. 그 몇 년 동안 너무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게 뮤지컬이구나’ 느끼고 2008년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슬럼프를 겪고 돌아온 이후는 어땠나요?


다시 돌아왔을 때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져서 뮤지컬과 계속 멀어졌던 것 같아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더 독하게 발레와 춤, 보컬 레슨을 받으면서 1년여를 보냈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가르침을 주셨던 선생님에게 아직도 감사함을 느끼고 꾸준히 찾아 뵙고 있습니다.


-앙상블 배우로 무대에 서면서 회의감을 느꼈던 시절도 있었을 것 같아요. 주·조연 배우에 대한 갈망도 있었을 것 같고요.


앙상블로 무대에 서면서 회의감을 느낀 적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지금도 주·조연배우에 대한 갈망은 언제나 있고요. 단지 기회나 상황 그리고 제 타이밍 맞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앞으로도 그 부분은 인지도를 더 쌓고 제가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성장한다면 늘 가능하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웃음).


-긍정적인 마인드 때문인가요? 지난 2019년엔 ‘마리 앙투아네트’로 앙상블 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이 상이 주홍균 배우에겐 어떤 의미였는지도 궁금해요.


그렇게 받고 싶었던 상이었는데 늦게나마 받아서 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수 있는 힘이 많이 됐어요. 그 당시가 39살이었는데 조금 더 나를 내려놓고 누군가가 우리(앙상블)를 봐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 자리에서 더 강하게 버티고, 자리 잡을 수 있게 해 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번 ‘데스노트’에는 처음 출연이신데요. 함께 하게 된 소감 들려주세요.


출연 전엔 ‘데스노트’라는 작품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넘버가 좋아서 자주 부르곤 했어요.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돼서 아주 좋았습니다.


-앙상블로서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선생님’ 캐릭터가 가장 애정이 가죠.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시작을 잘 풀어 나갈 수 있게 관객에게 들려주는 첫 음성이기도 하고요.


-오프닝에서 관객의 주목을 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아요.


네, 부담이 있죠. 첫 시작을 잘해야 하는데 실수 안하려고 매번 다잡고 연습하고 있고요. 학생들에게 전달해주는 내용과 그 상황에 더 충실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상황에서 주는 의미나 대사가 ‘라이토’에게 어떤 사건의 시작을 하게 되는 계기를 준다는 생각으로 많이 고민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연습 때는 아무래도 코로나 이슈가 있다 보니 항상 조심했고 연습에 온전히 집중을 못할 때도 있어서 조금 힘들기도 했습니다.


-앙상블 배우로서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저를 필요로 하는 부분에 잘 녹아들어서 다양한 장면의 그 에너지를 잘 전달하려고 항상 하고 있어요.


-주홍균 배우가 ‘데스노트’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가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렘’이 ‘미사’에게 희생하며 부르는 넘버 ‘어리석은 사랑’을 가장 애정합니다. 곡의 멜로디나 가사, 그리고 ‘렘’이 ‘미사’에게 자기를 버리면서까지 부르는 모든 것이 진짜 ‘찰떡’이죠.


-‘데스노트’의 다음 시즌에 참여하게 된다면, 꼭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소이치로’요. 2000년에 데뷔해 데뷔한지 22년인데 그러다 보니 ‘아빠’ 같은 캐릭터를 하면 어떤 모습을지 궁금증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소이치로’의 넘버를 들어보니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고요. 하하.


-‘데스노트’를 포함해 지금까지 선보였던 뮤지컬 중, 주홍균 배우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 한 가지를 꼽자면?


사실 의미 있는 작품들이 너무 많지만 소극장에서 주인공 했던 작품인 ‘시간에’라는 창작뮤지컬을 꼽고 싶어요. 원캐스트로 7개월을 했는데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20여년간 활동하면서 주홍균 배우가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있다면?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서는 책임감을 갖고 임하자.’ 그래서 항상 내 몸 상태, 목 상태를 늘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좋아하던 운동, 술을 다 끊었죠. 좋아하는 일로 맛있는 밥 먹고 살려면 늘 내 자리에서 꾸준히 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웃음).


-앞으로 배우로서의 활동 방향도 궁금합니다..


앞으로는 생기는 일에 늘 감사히 최선 다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저를 더욱더 알아봐 주시게 매체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저를 좀 더 알리고 더 성장하는 무게감 있는 배우가 되고자 합니다.


-주홍균 배우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최종 목표라고 하면 너무 거창해 보이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대에만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주홍균 배우라는 이름을 보고 ‘어! 그 배우 좋지’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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