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향곡선 그리던 중국경제…도시봉쇄에 악화일로
입력 2022.04.20 15:38
수정 2022.04.20 16:14
45곳 봉쇄에 인구 4분의 1 경제활동 '얼음'
1Q 성장률 4.8%…연간목표 5.5% 못 미쳐
팬데믹·우크라 등 돌발이벤트에 中정부 딜레마
중국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경제구조조정과 미중무역갈등으로 경제성장률이 하향곡선을 그려오던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팬데믹과 러-우크라 전쟁 등 예상치 못한 이벤트까지 발생하며 중국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특히 올 1분기 성장률은 4.8%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냈지만 도시 봉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라 성장률 둔화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中 1Q 성장률, 연간 목표보다 0.7%p 낮은 4.8%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4.8%에 머물며 연간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작년 동기 대비 4.8%로 집계됐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이는 작년 4분기 4.0%보다는 0.8%포인트 높지만, 중국이 지난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때 제시한 올해 목표인 '5.5% 안팎'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발(發) '도시 봉쇄'가 최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3월부터 화웨이 등 각종 IT 기업들이 밀집된 실리콘밸리인 선전과 중국 경제 중심인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들이 전면 또는 부분 봉쇄된 여파다. 특히 현재 중국 내 대부분의 확진자가 상하이에서 발생 중이다.
지난달 이후 중국의 도시 봉쇄는 45곳으로 확대됐다. 부분 혹은 전체 봉쇄 영향권에 들어간 인구만 4억명에 달한다. 중국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이 경제활동을 멈춘 것이다. 봉쇄가 시작된 3월 성장률만 따로 떼놓고 보면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소비도 감소세로 접어들어 위축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 경제에 끼치는 피해가 과거 우한 사태 때를 능가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승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실장은 "긴축통화정책을 폈던 미국과 다르게 중국은 금리 인하, 중소기업 감세정책 등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그런데 도시 봉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 사태가 발생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중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성장률 4.8%를 낸 1분기의 문제가 아니고 좀 더 많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재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아태협력팀장은 "한국 등 자유주의진영 국가에서는 코로나가 나온다고 한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경제정책을 중지시키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도시봉쇄정책 영향으로 중국은 내수뿐만 아니라 대외경제교역에 있어서도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1분기 고정자산 투자가 9.3%, 부동산 투자가 0.7% 증가에 그친 것도 봉쇄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투자의 경우 1~2월 3.7% 성장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3월 들어 급랭한 것이다. 3월 소매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3.5% 감소해 2020년 7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10년 전부터 하향곡선…中 성장률 저하는 예견된 흐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저하는 일시적인 출렁임이 아니다. 이번 코로나 봉쇄정책이 찬물을 끼얹은 건 맞지만 중국 내 경제구조조정과 미국과의 무역분쟁 장기화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이미 예견된 거대한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2013년부터 태양광·시멘트·철강 등 19개 산업을 지정해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부실 기업을 털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가 산업 구조 조정에 나선 것은 공급 과잉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잉 투자 후유증을 털기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경제성장률 저하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고 중국 정부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있었다.
미중무역분쟁도 중국경제를 덮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3월 23일 연간 500억 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관세로 시작된 양국의 무역전쟁은 이후 미국의 화웨이 제재조치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시사 등으로 기술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는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의 리쇼어링(Reshoring)을 유발하며 성장률 저하를 가속화시켰다. 중국의 과도한 공급망 의존의 위험성을 깨닫게 되면서 공급망을 자국이나 다른 국가로 분산하려는 운동이 확산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투자 매력도가 상쇄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로 중국의 성장률은 2010년을 기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2011년 9.6%, 2012년 7.9%, 2013년 7.8%, 2014년 7.4%, 2015년 7.0%, 2016년 6.8%, 2017년 6.9%, 2018년 6.7%, 2019년 6.0%, 2020년 2.2%로 꾸준히 하락했다. 작년 8%를 기록했지만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충격으로 성장률이 급락한 2020년에 대한 기저효과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성장률이 이미 6%대가 무너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한다. 호주중앙은행(RBA)은 2030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현재의 절반 수준인 3% 안팎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중국 경제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도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홍창표 코트라 중국 지역본부장은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도시의 봉쇄 기간이 길어져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공급망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상하이 인근 장쑤성·저장성 등 지역은 반도체, 배터리, 석유화학 등 우리 기업의 주력산업 생산기지가 집중돼 있어 해당 지역으로 봉쇄 조치가 확대되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수 팀장은 "평소 면밀히 중국 정책 방향을 주시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 내 생산 설비는 신속히 다른 인접 국가들로 분산시킬 수 있도록 유연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중국 시장이 버릴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직까지 중국은 한국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요한 시장임은 분명함으로 기업들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