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국내기술자료 중국에 유출·유용…공정위 과징금 철퇴
입력 2022.04.18 12:01
수정 2022.04.18 11:03
기술자료 유용 등 시정명령·과징금 2억7000만원 부과
운송용 트레이 도면, 중국 협력업체에 제공
제공받은 기술자료도 하도급법 보호대상 적용
공정위 “기술자료 부당 유출사태 실태조사 실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술유용 행위 등과 관련해 삼성SDI(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억7000만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삼성SDI는 기술자료를 전달받아 중국 내 협력업체에게 제공하고,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에서 정한 기술자료 요구 서면 사전 교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SDI는 2018년 5월 18일 중국 내 법인의 현지 협력업체로부터 요청을 받고 국내 수급사업자 A가 기술자료를 보유하고 있던 다른 사업자 B의 기술자료(운송용 트레이 도면)를 받아 중국 현지 협력업체에게 제공했다.
중국 내 법인은 삼성SDI가 65%, 중국 2개 업체가 35%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법인이며, 협력업체는 합작법인이 신규개발 예정인 부품을 납품할 예정이던 중국 현지업체다. 운송용 트레이는 부품을 납품할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받침대로, 제조공정에 직접 투입돼 통상 수십 개의 부품을 트레이에 수납하고, 이 트레이를 3∼4단으로 적층해 운송하게 된다.
이에 삼성SDI는 수급사업자 A가 작성해 소유한 기술자료를 취득한 경우에만 하도급법 적용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하도급법의 목적·법 문언상 의미·다양한 거래현실(다층적 거래관계·기술자료의 교환 또는 공유 필요성, 소유와 보유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 존재 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란 수급사업자가 작성(소유)한 기술자료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고, 매매·사용권 허여계약·사용허락 등을 통해 수급사업자가 보유한 기술자료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삼성SDI는 2015년 8월 4일부터 2017년 2월 23일까지 8개 수급사업자에게 이차전지 제조 등과 관련한 부품의 제조를 위탁하면서 이를 납품받는 과정에서 해당 부품의 제작이나 운송(트레이)과 관련한 기술자료 16건을 요구하면서 사전에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아 적발됐다.
위원회는 삼성SDI가 기술자료 16건을 요구한 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기술자료를 통해 다른 부품 등과의 물리적·기능적 정합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았으나, 법정사항에 대해 사전 협의해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무엇보다도 원사업자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 하도급법 취지를 고려하면 수급사업자가 소유한 기술자료로 좁게 볼 필요가 없고, 이러한 행위가 중소업체들의 기술혁신 의지를 봉쇄해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수급사업자가 보유한 기술자료까지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이번 삼성SDI의 기술유용 행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5000만원을, 기술자료 요구 서면 사전 미교부 행위에 대해서는 2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이번 사건은 수급사업자가 직접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업자를 통해 제공받아 보유하게 된 기술자료도 법상 기술자료 요건에 해당한다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로 판단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수급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로부터 제공받아 ‘보유한 기술자료’ 또한 하도급법 보호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해졌고, 그 기술자료를 취득해 유용한 행위가 위법이라는 위원회의 인식도 분명해졌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감시가 소홀했던 수급사업자 보유의 기술자료에 대해 원사업자가 부당하게 요구하거나 이를 제공 받아 사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이 같은 유형의 기술유용행위에 대해서는 신고하거나, 올해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기술유용 익명제보센터로 제보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