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법원이 영리병원 도입 부추기나" 우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입력 2022.04.06 08:54
수정 2022.04.06 08:54

법원 "국내 첫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 제한' 허가 조건 취소"

의협 "영리병원, 의료기관 본연 역할보다 이윤 창출 도구로 전락할 것"

"이번 판결, 기존의 의료법 뒤집고 영리병원 합법화 초석 될 수 있어"

"의료기관 폐업 등 악순환으로 이어져…의료시스템을 붕괴할 것"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 개원 허가에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단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에 대한의사협회가 영리병원 도입을 부추기는 판결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의협은 5일 공식 입장문에서 "영리병원은 의료기관 본연의 역할보다는 의료를 이윤 창출의 도구로 전락하게 할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날 제주지방법원은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녹지병원 개설 허가 조건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녹지병원에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고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병원을 운영토록 하는 제주도의 '조건'이 법령상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의료기관의 궁극적 목적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의료법에서 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한 기관은 비영리 법인으로 한정하는 이유 역시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영리 행위로 개방될 경우 환자들에게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기존의 의료법을 뒤집고 영리병원을 합법화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리병원 도입은 한 병원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의 의료제도와 의료시스템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필수 의료과목의 퇴출, 지방 중소 의료기관의 연이은 폐업 등 악순환으로 이어져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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