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루저들의 놀이터 시장, 도지사 선거
입력 2022.04.05 02:02
수정 2022.04.04 08:17
연고도 명분도 없는 탈락 패배자들의 대리만족 출마
이재명, 안철수는 0.73% 차와 공동 승리 여유 속 일단 거리
유승민 홍준표 유영하…보수우파 다수 비판 불구 출사표
김동연과 송영길은 이재명 측 요청에 욕심 숨기지 않아
6월 지방선거가 떠돌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그 도와 시에 전혀 연고가 없는 그들의 공통점은 이름 하나는 많이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전국 정치 무대에서 패배로 유명해진 인사들이다.
그 탈락과 패배를 대도시 시장과 도지사 선거에서의 승리로 대리만족 해보려는 당과 지지자들의 타천과 자신들 스스로의 욕심도 없지 않은 자천에 의해 두 달 남은 선거판 꼴이 아주 사납게 변하고 있다. 꿩 대신 닭인가?
이재명과 안철수는 이번 선거에는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이재명은 0.73% 포인트 차 ‘승자 같은 패자’ 입장에서 차기 도전을 위한 경로를 고심 중일 것이다. 동시에 대장동 등 새 정부의 ‘법과 시스템에 의한’ 수사 가능성에 머리가 몹시 무거운 상황이라는 것 또한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안철수는 이재명에 비하면 마음이 훨씬 부자다. 막판 단일화로 공동 승리자가 됐다. 그는 인수위 위원장 일을 하면서 정부 부처의 장, 더욱이 국무총리 역할이란 것이 막중하고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했을지도 모른다. 총리직 사절의 뜻을 선제적으로 밝힌 대목에서 그런 마음이 읽힌다.
경기도지사도 국민의힘 당 대표 자리도 당장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그런 자신감 부족과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한 유불리 계산 후 답일 수도 있다. 공동 승리자 위치를 서둘러 버리고 승산이 불투명한 선거판에 무리하게 뛰어들 이유도 없고 투혼도 바닥이 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송영길은 직접적인 대선 패배자는 아니지만, 민주당 대표로서 후보 이재명을 위해 누구보다 분골쇄신(粉骨碎身, 그는 실제로 유세 과정에서 괴한에게 얻어맞아 머리가 깨지는 부상을 당했다)한 패자 진영의 장수였다. 그 패장(敗將)이 이재명 측의 강권에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결심, 민주당의 극심한 인물난을 반영한다.
송영길(59)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경인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해 인천 계양 국회의원이 됐다. 그 후 인천시장에 당선됐는데, 이제 서울시장을 해보겠다고 하니 명분도 연고도 없어도 이름만 있으면 나올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 지방선거라는 자조(自嘲)가 국민들 사이에 인다.
민주당에 거물이 없다는 건 충북 음성 출신 김동연(65)의 경기도지사 선거 차출에서 더 극적으로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였던 그는 이재명과의 단일화 전까지 1% 안팎 지지율에 불과했던, 허경영에도 처지는 약체 대선 후보였다.
그러더니 돌연 정권 재창출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몸값이 올라갔다. 그는 대선에 뛰어들면서 정권 교체는 물론 정치 교체(뜻이 애매모호한 조어지만)까지 부르짖었던 사람이다.
그런 인물이 이젠 ‘정치 개혁과 국민 통합을 위해’ 경기도지사에 나가겠다고 한다. 정치 신인, 새로운 정치 표방자가 이렇게 말을 쉽게 하고 바꿔도 되는가? 김동연은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면 윤석열에 5% 포인트 가량 앞섰던 호남 출신 등 이재명 지지자들이 전부 자기한테 돌아올 것이라 믿고 들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대선 후보 단일화에서 벌써 국민들 다수에게 예측 불가능한, 튀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남겼다. 이번 지선 출마는 거기에 출세욕이라는 딱지까지 추가됐다.
보수우파 진영의 대선 후보 탈락자들에 의한 지방선거 놀이터화도 꼴불견이긴 마찬가지다. 유승민과 홍준표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윤석열과 경선에서 떨어진 뒤 사실상 불복, 자연인으로서나 정치인으로서나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우파들로부터는 평가가 끝난 이들이다.
대선 기간 내내 은둔하다 막판에 유세 지원을 몇 마디 한 게 전부인 유승민은 얼마 전까지 정계 은퇴를 운운하다 말을 바꿔 “정계 은퇴도 결심한 마당에…….”라며 연고가 전혀 없는 ‘험지’ 도지사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제발 쉬시라”고 만류했다는 자기 딸도 설득하지 못한 단골 단일화 거부자, 경선 불복자의 욕심이다.
유승민(64)은 대구 사람으로 “경기도에 세금을 1원도 안 냈을 것”이라는 비난을 김동연으로부터 듣는다. “히딩크가 연고가 있어서 한국에 와 4강을 이뤄냈느냐?”고 응수하지만, 그의 불복이 고작 이런 꿈을 위한 것이었는지 연민의 정이 인다. 유승민에겐 또 박근혜 탄핵 주도 이후 언제나 ‘분열’이란 꼬리표가 보수 진영에서 붙어 있기도 한데, 이번에 또 그 분열을 꾀하고 있다.
내부 총질 경선 불복자 홍준표(67)는 “중앙 정치보다 대구 살리는 게 급하다”라는 엉뚱한 명분을 내세워 대구시장 선거에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보수 텃밭 다지기 포석이다.
그는 경남 창녕 출신으로 경남도지사도 했다.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를 강요받자 이에 반발,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 된다는 대구에 무소속으로 나가 당선된 뒤 복당해 윤석열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원팀’은 마지못해, 그리고 대구시장 당선을 위해 한 것이었음이 그 후 대선 유세 과정에서 증명됐다.
대구 놀이터에는 ‘유영하 어린이’도 같이 놀자고 끼어들기를 자청하고 있다. 박근혜의 개인 변호인 유영하(59)는 부산 태생으로 경기도에서 고교를 나왔으나 가족들의 연고가 있는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연고는 조금 있다 하더라도 그의 대구시장 출마는 박근혜 후광으로 정계에 입문하고 싶어 하는, 그녀를 오랫동안 혼자서 외롭게 도운 보답을 받아내기 위한 집착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그리고 박근혜가 후원회장이라니…….
정치 초년생인 그와 정치 졸업생 후보 홍준표의 출마는 이 지역 보수 유권자들 일부를 잠시 고민하게 만들 것이다. 흥행에는 일조할지언정 정치 발전에는 역주행하는 이 루저들의 대리 만족 목적 놀이터 삼기를 지역민들이 냉정한 투표로 심판하게 될 것인가?
곧 벌어질 후보 경선에서 당원들에 의해 나타날 답이 기다려진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