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도, 박범계도 모두 긍정…'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손본다
입력 2022.04.01 05:32
수정 2022.03.31 21:21
전문공보관 공보업무 전담…형사사건 공개심의위 의결없이 피의사실·수사상황 언론공개 금지
조국 의혹 관련 언론보도 막기 위해 해당 규정 도입했다는 비판 쇄도
법조계 전문가들 "언론 자유·국민 알 권리 침해…권력형 비리 수사, 언론·국민 감시 더욱 필요"
박범계 장관·법무부 "납득 되고 협조할 게 있으면 하겠다…규정 폐지까지 포함 인수위와 논의할 것"
언론의 검찰수사 취재를 사실상 제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폭 개정될 전망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협조 의사를 밝힌 가운데 법조계 전문가들은 권력형 비리, 고위공직자의 범죄와 같은 중대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규정 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는 법무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폐지를 포함해 개정까지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2019년 12월 도입됐으며 수사·공소유지에 관여하지 않는 전문공보관이 공보 업무를 전담하고, 형사사건 공개심의위원회 의결 없이 피의사실·수사상황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도입을 준비하던 당시는 새로 취임한 조국 법무부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활발하게 진행되던 시기로 정부가 조 장관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 해당 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상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도입 약 3개월 만에 '방탄 규정'이라는 논란을 직면했다. 추미애 장관 시절 그간 국회에서 요청하면 공소장을 제출해온 법무부가 해당 규정에 근거해 2020년 2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피고인들의 공소장 공개를 거부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국회에 제출된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우려한 조치였지만 이런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행보에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선별적인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지난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의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대검이 유출 경위를 감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대검이 규정의 개정 필요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 "현실 타당성 부분은 대검찰청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려고 한다"며 "납득이 되고 협조할 게 있으면 협조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자세를 보였다. 법무부도 업무보고에서 "규정의 폐지를 포함해 개정까지 적극적으로 인수위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권력형 비리 사건 대부분은 정치적 외압이 존재하고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언론과 국민의 감시가 더욱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은 언론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규정으로 그 자체로 개악이었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특히 권력형 비리, 고위공직자의 범죄, 대기업과 관련된 사건의 경우 공소장과 수사의 기본적인 전개 등을 국민에게 알려 그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권력형 비리 사건의 경우 대게 정치적 외압과 관여가 존재하고 직·간접적 영향을 사건에 미치기 때문에 언론과 국민의 감시가 더욱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충윤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홍보이사도 규정 폐지에 찬성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인권보호관에게 진상조사 및 내사권마저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언론사의 보도를 사실상 위축시켜 국민의 알권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측면이 상당하다"며 "법률이 아닌 법무부 훈령의 형식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자칫 언론통제 편의를 위한 것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알 권리에 해당하지 않는 사건은 제외하고 권력형 비리 사건 등 사회적 중요도가 높은 사건에 한해서만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진규 법무법인 파운더스 변호사는 "피의자 인권 보호를 고려했을 때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의 필요성에 일정 정도 동의한다"며 "다만 지금까지는 사안에 따라 너무나 달리 적용됐고, 적용되는 원칙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던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된 기준을 정해 권력형 비리 사건이나 사회적 중요도가 높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한 사건들만 예외로 둬 공개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최근 발생한 20대의 지하철 폭행 사건과 같이 국민이 굳이 알 필요가 없고 공적 인물이 연루되지 않은 사건에 한해서는 피의 사실이 미리 공개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