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안 걸린 병사만 호구처럼 12시간씩 근무" 군 장병들 불만 '폭주'
입력 2022.03.26 13:19
수정 2022.03.26 09:28
군 내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전우의 업무를 떠맡게 된 비확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자신을 육군 모 부대 소속 병사라고 밝힌 A씨는 지난 23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
A씨는 "요즘 저희 부대 유행어는 '코로나 걸려서 좀 쉬고 싶다'는 것"이라면서 "무분별한 휴가 배출 탓에 심할 때는 340여 명의 인원 중 100명가량의 병사와 간부가 격리를 당할 정도로 심각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일과 중 갑자기 한 두 명씩 사라져서 간부님께 여쭤보면 격리 중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에 안 걸린 용사들은 계속해서 갈려나가고 있다"며 "저는 휴가 나가서 코로나에 걸리면 저 때문에 많은 인원이 피해를 보게 돼 휴가도 나가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그때의 저를 때려죽이고 싶을 정도로 후회한다. 저희 부대는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임에도 전역 전 휴가를 많이 소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계속 인원들의 휴가를 부추겼고 결과는 당연히 확진자 발생으로 이어졌다"고 호소했다.
A씨는 또 "중대별로 많은 인원이 짧으면 5일, 길면 2주 격리를 하게 되면서 그 빈자리를 소수 인원이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소수 보직들에는 치명적이었다"라고 했다.
이어 "상황병과 취사병, 운전병 등의 특수보직 임무를 맡은 병사는 3달 전부터 평소보다 훨씬 적은 인원으로 힘들게 임무 수행 중이다"라면서 "일반 병사들 또한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를 서는 등 하루 하루가 지옥 같다"고 토로했다.
A씨는 부대 간부에게 이러한 고충을 털어놨지만 돌아온 대답은 조금 더 희생하자는 것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걸려서 힘든 사람 입에서 어떻게 '코로나 격리가 진짜 꿀'이라는 소리가 나오느냐"라며 "왜 코로나 안 걸린 병사들만 호구로 만드는 부대에서 이렇게 희생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격리자 통제도 제대로 되지 않아 격리 인원들이 PX나 공동 흡연장도 이용하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확실하게 통제 및 코로나 대응 방법이 체계화돼서 이 상황이 빨리 끝나게끔 해줬으면 좋겠고 고생한 사람들에게 마땅한 보상이 주어지면 좋겠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