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업무보고, 대검 '쾌청'·법무부 '날벼락'…수사지휘권이 갈랐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입력 2022.03.25 05:24
수정 2022.03.25 08:10

법무부 업무보고 유예…인수위 "40일 후 퇴임 박범계의 공약 반대, 무례·이해불가·분노"

윤석열 "검찰개혁 안 됐다는 자평인가"…박범계 "오늘은 침묵하겠다"

대검 업무보고 "당선인 공약 적극 협조할것"…인수위 "자만하지 말라"

대검과 법무부, 尹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대한 입장 극명하게 엇갈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24일 예정돼있던 법무부 업무보고를 전면 유예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 당선인의 공약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데 대한 경고성 조치로 풀이된다.


반면 별도로 업무보고를 진행한 대검찰청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편성권 부여 등을 포함한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위원들은 전날 오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인수위원들이 예정된 법무부 업무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서로 냉각기를 갖고 숙려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법무부에 업무보고 일정의 유예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인수위 측은 이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 40여일 후에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며 "우리 인수위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인수위 업무보고 유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오늘은 침묵하겠다"고 답했다. 이어진 '차후 법무부 보고 일정이 잡히면 종전 입장이 수정돼 올라가느냐'는 질문에도 "저는 말씀을 다 드렸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23일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책임행정 원리에 입각한 것"이라며 "아직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등 검찰권 독립성 강화 공약에 반대의 뜻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전날 출근길에서 박 장관의 공약 반대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이 정부에서 검찰개혁이라는 것이 검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것인데 5년간 해놓고 그게 안 됐다는 자평인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대검은 같은 날 오전 법무부와 별개로 업무보고를 진행하고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역대 인수위에서는 법무부가 대검 업무까지 한꺼번에 보고했지만, 이번 인수위는 법무부가 대검의 의견을 취합하면 대검 측 의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보고를 분리해서 진행하도록 했다.


인수위는 업무보고를 마친 뒤 "대검은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비롯해 당선인이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 회복을 위해 공약한 사항에 깊이 공감하고 인수위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이어 "인수위원들은 종래 일부 검사들이 보인 정치적 행태에 대해 강하게 질책했다"며 "당선인이 검찰 출신이라고 해 검찰에 특별히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오해하거나 자만하지 말 것을 각별히 강조했다"고 전했다.


대검은 지난 22일 업무보고를 앞두고 김오수 검찰총장의 승인을 거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법무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의 구속·기소 여부까지 지휘하는 것은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유세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 장관은 7개 사건에서 3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그 기준과 내용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웠기 때문에 수사지휘권의 발동으로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공약집에선 "추 전 장관은 검찰총장이 수사지휘 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는 지휘를 함으로써 수사지휘권 행사 자체가 위법하다는 비판도 있다"고 적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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