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포츠 파고든 AI 중계…"KT 5G 연결하니 더 정확하고 짜릿"
입력 2022.03.21 06:00
수정 2022.03.20 10:59
'픽셀스코프' 권기환 대표 인터뷰
카메라가 알아서 스포츠 경기 중계·판정·송출까지
KT 5G로 전국서 무선 중계, 클라우드에 실시간 저장
인력 중심 스포츠 중계도 디지털 전환…"종목 확대해 내년 미국 진출"
사람이 없는 경기장에서 카메라들이 자동으로 선수들과 공을 쫒으며 경기를 중계한다. 5세대 이동통신(5G)과 연결된 카메라와 장비들은 유튜브, 방송 채널 등으로 실시간 송출한다. 심판처럼 점수 판정도 하고 경기 하이라이트도 제공한다. 경기 중 축적한 데이터들은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저장된다.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무인 스포츠 중계 시장이 어느새 일상으로 다가왔다. 고속 카메라와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 등을 이용해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고 점수 계산, 심판 판정까지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스타트업 '픽셀스코프' 권기환 대표를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만났다.
권기환 대표는 고속 카메라 엔지니어로 10여년간 일하다가 본인이 가진 카메라, AI 기술을 평소 관심이 높았던 스포츠 시장에 활용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당시 스포츠 중계 산업에서도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주목해 무인 스포츠 중계 기술을 개발해 2018년 3월 픽셀스코프를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첫 중계 종목으로 탁구대 위에서 대부분의 경기가 진행되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탁구’를 선택했다. 2021년 5월 대한탁구연맹과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뒤 한국프로탁구리그(KTTL)에 AI 무인 스포츠 중계솔루션을 적용해 현재까지 모든 경기에 대해 중계를 제작 중이다.
AI 무인 스포츠 중계 솔루션은 고속 카메라들이 딥러닝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과 선수의 움직임을 3차원(3D) 좌표로 따라다니며 영상을 찍는다. 서브 및 득점 상황에 따라 화면이 알아서 바뀌며 클로즈업을 제공하고 볼의 궤적, 타구 속도도 제공한다. 방송 송출까지 자동으로 되며, 심판 못지 않은 점수 판정도 가능하다.
KT 협업으로 스타트업 애로사항 해결…5G·클라우드 도입으로 디지털전환 가속
다만 창업 후 애로사항도 많았다. 네트워크 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이나 인터넷 망 설치가 어려운 야외 경기장에서는 실시간 중계에 어려움이 따랐다. 직접 광 케이블을 깔아 카메라에 연결하는 등 중계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게 일수였고 중계 도중 영상 끊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준 게 5G다. 올해 KT와 협력으로 전국에서 5G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무인 스포츠 중계의 장소 제약이 사라졌다. 픽셀스코프는 지난 1월28일 프로탁구 개막식 이후 모든 경기를 KT 5G를 통해 무선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는 “무인 스포츠 중계의 가장 큰 문제가 '망'이었는데 5G가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줬다. KT 5G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지연시간도 줄고 대역폭도 높아 전국 어디서든 무선 중계를 하더라도 고품질 중계와 안정성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KT 클라우드 기술로 대용량 영상 작업에 대한 부담도 덜었다. 권 대표는 “기존에는 중계한 영상을 복사하거나 업로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지만 이제는 KT 클라우드에 실시간 저장이 되니까 업무 효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어디서든 영상을 다운로드 받고 편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픽셀스코프는 앞으로 5G, 클라우드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등 KT가 보유한 다양한 디지털 역량과의 시너지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가령 기존 클라우드 대비 데이터 처리 시간이 대폭 단축된 '엣지 컴퓨팅'을 도입하거나, 중계 프로듀싱 등의 대부분의 기능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대체할 수 있다.
현재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이렇게 고도화된 무인 스포츠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픽셀스코프가 유일하다. 이에 스포츠 산업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스포츠 경기 하나를 중계하기 위해 20~30명의 방송사 인력과 여러 대의 카메라가 필요했지만 픽셀스코프 시스템을 도입하면 1~2명의 인력으로 대체되는 효과가 있어서다.
권 대표는 "대형 방송사에 중계를 맡기려면 2000~3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한 비인기 스포츠 협회의 경우 부담이 상당하다"며 "무인 스포츠 중계를 도입하면 인력 대체 효과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기간 중계에도 사람이 느끼는 피로도가 없어 동일한 품질로 안정적인 중계가 가능하다. 기존 방송사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경기데이터도 제공해 시청자 뿐만 아니라 선수, 코치진들에게도 반응이 좋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머지 않아 AI가 인력 중심인 스포츠 중계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며 무인 스포츠 중계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다수 방송국에서 픽셀스코프 기술 도입에 관심을 갖고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픽셀스코프는 자사 무인 중계 기술로 지적재산권(IP)을 확보, 라이센싱 전략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픽셀스코프는 탁구 중계로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테니스, 배드민턴, 풋살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으로 무인 중계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어 미국, 유럽 등 스포츠 선진국에도 진출해 글로벌 무인 스포츠 중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권 대표는 "국내 스포츠 시장에서 일단 레퍼런스를 많이 만들고 KT와 디지털 시너지도 확대해 내년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더 나아가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까지 중계해 시청자들에게 승부의 감동도 전달하는 무인 스포츠 중계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