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꿈꾼 '스펜서'
입력 2022.03.16 13:08
수정 2022.03.16 13:08
16일 개봉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로 고통받은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 '스펜서'는 다이애나비의 심리를 깊게 파고들어 그의 밑바닥까지 관찰한다.
'스펜서'는 배경을 다이애나가 이혼을 결정하기 전인 1922년 바로 직전인 1991년 크리스마스 연휴 3일간을 설정해 왕세자비로서 살다간 다이애나의 드라마틱한 인생보다는 한 인간, 여성이 되고자 방황하는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
찰스 왕세자의 불륜을 알고 있지만 왕실 가족들은 모두 모르쇠로 일관한다. 국민을 대표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개인의 고통까지 살피며 갈등이 생겨나길 원하지 않는 모두의 암묵적인 규칙이다.
다이애나가 왕실 가족이 머무는 샌드링엄 별장까지 가는 길에 경호원도, 운전기사도 없다. 그는 홀로 운전해 길을 잃어 지각을 면할 수 없었고, 별장에 들어서기 전에는 몸무게를 재야한다. 우스꽝스러운 전통에 응하기 싫지만, 이 가벼운 일마저 다이애나 마음대로 거부할 수 없다.
아침, 점심, 저녁때마다 입을 옷은 정해져있고, 사람들 앞에 나설 땐 인형처럼 웃으며 손을 흔들어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이애나의 이야기나 요구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자신을 잃어가고 왕세자비라는 껍데기만 남은 탓에 다이애나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는다. 다들 다이애나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뿐, 그가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하인들조차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가 편히 웃을 수 있을 때는 두 아들들과 함께할 때다.
검은 배경 속에 다이애나가 화려한 하얀 드레스를 입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스펜서'의 한 포스터는, 그런 다이애나의 깊은 심연을 압축해 담았다. 이는 영화 속 한 장면으로 다이애나는 식사 후 음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모두 변기에 뱉어낸다. 칠흑 같은 어두운 배경은 다이애나의 심연을 대변해 주며, 구토는 왕실의 법도 등 그가 지켜야 할 규범들이다.
샌드리엄 별장은 어려서 다이애나가 자라난 동네다. 허수아비에 걸려있는 아버지의 옷을 가져와 그것을 입고 별장을 나서는 다이애나의 모습은, 더 이상 허수아비로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상징한다. 영화 제목도 왕세자비가 되기 전 불렸던 이름 '스펜서'로 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처럼 '스펜서'는 비유와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한다. 또한 헨리 8세의 두 번째 아내 앤 불린의 환영과 그에 대한 책은 다이애나가 중대한 결심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다이애나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일명 '인생 연기'를 보여준다. 마치 다이애나비 왕세자가 살아돌아온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는 할리우드 비평가 협회 등 미국 전역의 비평가 협회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전 세계에서 27개의 상을 수상했으며 94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노미네이트됐다. 16일 개봉. 러닝타임. 11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