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미국·유로 연내 인플레, 정점 찍고 하락전환”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2.03.15 19:21
수정 2022.03.15 19:21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보고서 발표

러·우크라 리스크 글로벌 인플레 심화

미국과 유로지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올해 중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5일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이 발간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관련 주요 이슈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 등 시장에선 미국과 유로지역의 인플레이션이 올해 상반기에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던 재화의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엔데믹(Endemic·풍토병화)으로 갈수록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로지역의 경우 인플레이션 정점 도달 시점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올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JP모건은 경제활동 재개로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내구재 수요의 완화로 재화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반적인 인플레이션도 올해 상반기를 정점으로 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하락세를 보여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수준은 오는 2023년까지 목표(2%)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BCA리서치는 팬데믹 기간 중 서비스 소비 감소, 재정 보조금 등으로 가계소비 여력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최근 기업이익 증가분이 크게 증가하면서 시차를 두고 임금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편 2018년 이후 지속된 대외 정책 등 여건 변화로 인해 재화와 노동력의 국가간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예전처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유로지역의 인플레이션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해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지만 내년 유럽중앙은행(ECB)의 물가목표 범위 내로 수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인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간 전쟁 확대로 이들 국가의 주요 수출품인 원유, 천연가스, 밀 등 원자재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달 말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12.7달러로 한 달 전보다 28.3% 뛰었고, 같은 기간 천연가스도 132.2달러로 61.1% 폭등했다.


특히 유로지역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원유, 천연가스 등을 활용해 전체 에너지의 약 20%를 생산하고 있으며, 유로지역내 경제규모가 큰 독일, 이탈리아 등은 의존도가 더욱 높다.


시티, 골드만삭스 등은 “단기적으로는 원유, 천연가스,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생산원가 부담이 근원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주면서 유로지역 전체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유로지역 인플레이션이 올해 0.7~2.0%p 정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크레디아그리콜(CA)은 "중장기적으로도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공급병목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이에 따른 거시경제 충격을 완충하기 위한 정부지출 증가로 인해 유로지역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로 단기간에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줄었지만, 올해 중 금리인상 속도(6∼7회, 연말 1.5∼1.75% 내외 예상)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대응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고, 고용 호조 등 양호한 경제 상황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반면 유로지역의 경우 지리적 근접성, 높은 에너지 의존도 등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경기를 우려한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인상을 늦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